두산 노경은 “이현승 형 힘 덜어 기쁘다”

입력 2015-10-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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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민병헌의 역전 적시타와 노경은, 이현승의 역투로 두산이 4-3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승리투수 두산 노경은(왼쪽)이 김태형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두산 노경은(31)은 아마도 올 가을 들어 가장 편한 잠을 잘 수 있을 듯하다. 그간의 부진과 불운을 모두 털어 내는 공 92개로 최고의 밤을 만들었다.

노경은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3으로 뒤진 2회 2사 1루서 두산의 두 번째 투수로 구원등판해 8회 1사까지 5.2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5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4-3 역전승의 든든한 발판을 놓았다. 생애 첫 KS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은 덤이었다.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을 당하고 시즌 초반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불운과 부진이 거듭됐던 한 시즌이었지만, 이날의 역투와 함께 최고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노경은이 이 정도로 여유 있게 잘 던져줄지 몰랐다”며 대견해했고,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온 노경은도 “하늘에 있는 어머니가 도와주신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만에 팬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벤치에 들어왔다.

“개인적으로는 삼성 알프레도 피가로와 차우찬에 맞서 버티는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로 승패가 갈릴 거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던졌다.”


-8회 1사 1루 나바로 타석 때 좌측으로 큼직한 파울이 나왔는데.


“숨을 한 5초 정도 못 쉬었다. 처음엔 홈런인 줄 알았다. 공이 마지막에 끝에서 휘는 것을 보고 하늘에서 어머니가 도와주시는구나 싶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어떤 마음으로 치렀나.

“어차피 내 역할은 불펜 롱릴리프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상황에 맞게 어떻게든 최대한 길게 던져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그래도 내가 맏형인데 (함)덕주나 이런 후배들에게 의지만 하고 내가 한 게 너무 없어서 많이 속상했다. 불펜에 앉아서 (이)현승이 형이 혼자서 그렇게 많이 던지는 것을 보면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게 미안했다. 형이 덜 힘들게 도와주고 싶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것 같다.”


-추운 날씨에도 짧은 소매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데.

“나도 정말 춥다. 얼어 죽는 줄 알았다.(웃음) 그런데 긴 소매를 입는 장원준 같은 투수는 아무리 더워도 긴 소매를 입고, 나는 반대로 긴 소매를 입으면 뭔가 팔이 답답하다. 그래서 추워도 짧은 소매를 입는다.”


-포수 양의지의 사인에 고개를 흔든 적이 있나.

“있다. 박석민, 나바로, 김상수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가 큰 걸 많이 맞았다.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슬라이더 던질 때 긴장하고 던지고, ‘이건 아니다’ 싶은 건 고개를 흔들었다. 포크볼은 큰 걸 맞아본 적이 없으니까 ‘안전하게 가자’ 해서 포크볼을 던졌는데, 나바로에게 파울 타구를 맞고 나서 ‘난 여기까진가 보다’ 하고 내려왔다. 더 이상 던질 게 없었다.(웃음)”


-데일리 MVP를 못 타서 아쉽지 않나.


“주변에서 ‘오늘 네가 MVP야’ 했는데, 난 진짜로 이렇게 이기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MVP를 받든 안 받든 상관없다. 또 MVP 상품이 돈이 아니고 타이어라 들었다.(좌중 폭소) 그래서 더 상관없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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