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임찬규. 스포츠동아DB
“어떤 보직이든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어요.”
최근 KBO리그는 고졸신인들의 1군 데뷔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차가 벌어지면서 1군 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게 이유다. 프로에 온 뒤, 대부분의 것을 새로 배우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LG 오른손투수 임찬규(23)는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뒤 곧장 1군에서 뛰었고, 65경기서 9승6패·7세이브·방어율 4.46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마음껏 뽐냈다. 이후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데뷔 시즌만큼의 모습은 아니었다. 2012시즌 18경기서 1승5패·1홀드·방어율 4.53, 2013시즌 17경기서 1승1패·방어율 4.70의 성적만을 남기고 군 입대를 선택했다.
휘문고와 신일고의 ‘2015 야구대제전’ 16강전이 열린 지난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모처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경찰청 복무 중이던 지난해 7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재활을 했고, 1년 만인 지난 7월부터 퓨처스리그(2군)에서 실전등판을 가졌다.
임찬규는 야구대제전 첫 경기부터 휘문고 선배들에게 칭찬을 듬뿍 받았다. 이날 5회말부터 좌익수 대수비로 투입돼 7회 첫 타석에선 깔끔한 중전안타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현역 투수의 등판 금지 규정 탓에 마운드에 서지는 못했지만, 고교 졸업 후 모처럼 잡은 방망이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주변에서 “타자로 전향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 휘문고 감독을 맡은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8강전부터 선발 좌익수로 나가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즐겁게 경기를 뛴 임찬규는 신인 시절처럼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전역 후 훌쩍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어떤 보직이든 상관없다. 선발이나 불펜, 패전처리 등 어디서든 힘이 되고 싶다. 팀이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전역과 동시에 쉴 틈 없이 시간을 보냈다. 10월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다녀온 뒤, 3일 쉬고 곧바로 11월 고치 마무리캠프로 떠났다. 임찬규는 “몸 상태는 정말 좋다. 2년 새 팀이 많이 바뀌었는데 적응을 위해 좋았던 시간이었다”며 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LG는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포수 정상호를 영입하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움직이진 않았다. 임찬규처럼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기에 미래를 기약하고 있다. 임찬규가 자신의 다짐대로 2016년 LG 마운드의 큰 힘이 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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