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약물·SNS 일탈행위…징계보다 중요한 예방교육

입력 2016-01-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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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찬헌-KT 장성우-한화 최진행-전 삼성 임창용(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LG 정찬헌-KT 장성우-한화 최진행-전 삼성 임창용(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2016 KBO리그에 바란다

2. 프로야구의 품격을 지켜나가자!

KBO리그는 2015년 10구단 시대를 열었고, 역대 한 시즌 최다관중(762만2494명·포스트시즌 포함)을 기록했다.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에선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하며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야구 전문가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지금이야말로 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슈퍼스타가 사라지고 있고, 양적 발전을 이룬 만큼 질적 향상도 이뤄야 하나 그렇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벌써’가 아니라 ‘아직’ 서른다섯 살밖에 되지 않은 KBO리그가 가야 할 길은 여전히 멀다. 스포츠동아는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한국프로야구의 지향점을 5회에 걸쳐 연재한다.


정찬헌 음주운전·장성우 SNS 파장
최진행 약물복용·임창용 도박 충격
프로야구 ‘도덕적 이미지’ 큰 타격
양해영총장 “미리 방지하는 게 최선”

호사다마일까. 지난해 프로야구는 그라운드 밖에서 시끄러운 일이 잦았다. 일부 선수의 일탈행위지만, 이로 인해 프로야구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싸늘해졌다.


● 음주운전, 약물복용, SNS 파문, 도박…2015년을 강타한 파문

우선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음주운전 문제가 지난해에도 줄을 이었다. 6월에는 LG 정찬헌이 새벽에 음주운전을 하다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냈다. LG는 정찬헌에게 3개월 출장정지와 벌금 1000만원이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KBO에선 이와는 별도로 상벌위원회를 열어 잔여경기 출장정지와 사회봉사 240시간의 징계를 결정했다.

9월에는 같은 팀 정성훈이 음주운전으로 또 파문을 일으켰다. 한 달 전인 8월에 대리운전으로 귀가했지만, 주차를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돌려보내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자신이 직접 운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LG 구단은 벌금 1000만원의 자체 징계를 내렸지만, 여론은 출장정지가 없는 징계 내용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 “정찬헌의 사례와는 다르다고 해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했다. 결국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정성훈에 대해 잔여경기 출장정지와 유소년야구봉사활동 12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한화 최진행은 6월 도핑테스트 결과 금지약물 성분인 스타노조롤이 검출돼 30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다. KBO는 한화 구단에도 제재금 20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도핑테스트에서 1회 적발 시 내려지는 30경기 출장정지 규정이 다른 스포츠, 메이저리그 사례와 비교해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문명의 이기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kt 장성우는 전 여자친구가 SNS에 올린 글로 인해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소속팀 감독은 물론 동료와 팬, 치어리더, 여성 리포터 등 야구 관계자들까지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돼 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kt 구단은 장성우에 대해 2016시즌 50경기 출장정지와 연봉 동결, 벌금 2000만원의 징계를 내렸고, KBO도 상벌위원회를 열고 유소년야구봉사활동 120시간과 사회봉사활동 120시간의 제재를 가했다. 이에 앞서 롯데 이성민과 KIA 윤완주, kt 장시환도 SNS로 인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 구단 자체 징계를 받았다.

무엇보다 지난해 가을잔치 기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해외원정도박의 파장은 컸다. 삼성은 혐의선상에 오른 주축 투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한 뒤 11월 임창용에 방출했다. 한국과 일본 무대에서 세이브왕에 오르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오승환도 같은 혐의로 검찰조사까지 받아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 교육, 징계 세부기준 마련, 도덕적 무장…품격을 지켜라!

요즘 프로야구선수는 연예인만큼 주목 받는다. 일반인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소한 일도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런 만큼 선수들의 일탈행위 방지를 위해 징계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징계 기준도 마련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분위기나 여론에 따라 상벌위원회에서 내리는 징계 수위가 오락가락한다면 형평성 문제가 뒤따르고, 해당 선수와 팬들의 반발을 낳게 된다. 음주운전만 하더라도 단순 음주운전이냐, 사고가 동반된 음주운전이냐, 뺑소니냐 등등에 따라 야구규약에 미리 징계 수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다면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을 통한 도덕 재무장도 필요하다. KBO와 구단, 프로야구선수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예방교육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일벌백계성 징계를 내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KBO 양해영 총장은 “최근 구단마다 육성선수를 포함해 100명 안팎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10개 구단이니 프로야구선수만 어림잡아 1000명 가량 된다. 아무래도 선수들의 일탈행위가 일어날 가능성 더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요즘 사회적 분위기가 무슨 일이 터지면 형량을 강화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식으로 징계 요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징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할지 모르지만, 그보다 예방교육을 계속해 불미스러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것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이제 단순히 기량과 승부만을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다. ‘이미지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팬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도 매우 중요하다. 프로야구의 품격을 지키고, 만들어가기 위해 선수뿐 아니라 KBO와 구단 프런트 등 프로야구 구성원 전체가 노력해야 할 때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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