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에반스. 스포츠동아DB
그러나 김현수 대체재 에반스 부진에 더 속 타
두산 김태형 감독은 야구장에 나가면 볼티모어 김현수(28)에 관한 질문을 꼭 받는다. 김현수가 두산에서 배출된 메이저리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타격기계’답지 않게 아직까지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안타와 출루가 없던 김현수는 11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전 7회 4번째 타석에서야 가까스로 내야안타를 뽑아냈다. 25타수 만에 나온 첫 안타였다. 경기 후 “여전히 부족하지만 어느 정도 부담감은 덜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내 기량을 다 보이지 못했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한 김현수의 소감처럼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는 계기일 수 있다.
그동안 김현수의 무안타 경기가 늘어날수록 김 감독의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안타 1개만 치면 괜찮아질 것이다. 원래 잘 치는 선수이니까 계기만 잡으면 잘할 것이다.” 애제자가 타국에서 겪을 마음고생을 생각하는 안타까움도 배어있었다.
그러나 김현수가 빠져나간 탓에 김 감독의 사정도 다급하다. 지난해 28홈런 121타점을 기록한 타자의 공백을 지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두산과 김 감독이 낙점한 선수가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30)다. 에반스가 4번타자 겸 1루수를 맡아줘야 두산의 중심타선이 구색을 갖출 수 있다. 에반스가 지난해 김현수 성적의 80% 정도는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에반스는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평가전 7경기에서 타율이 0.190에 그쳐 불안감을 드리웠다. 21타수 4안타인데 홈런은 1개뿐이었다. 반면 삼진은 10개였고, 수비에서도 허술함이 보였다.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11일까지 시범경기에서도 3경기 9타수 2안타 1볼넷이 전부다. 2안타도 모두 단타였다.
미야자키 캠프에서 “신인 같다”며 에반스의 분발을 촉구했던 김 감독은 오히려 개막이 다가올수록 말을 아끼고 있다. 가뜩이나 위축돼 있을 외국인선수가 시작부터 자신감을 더 잃을까봐 배려해주는 것이다. 그 대신 따로 면담시간을 갖고 “스윙 폭을 조금 작게 해라”고 조언해줬다. 에반스도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감독으로선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막연한 심정을 언뜻 내비친다. 김현수 얘기만 나오면 “우리 에반스는…”이라며 말을 돌리는 이유다. 가뜩이나 지난해 잭 루츠의 실패라는 트라우마를 경험했기에 더 가슴이 답답하다. 김현수에 대해 물으면 김 감독이 ‘기승전에반스’로 얘기를 매듭짓는 이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