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뒷담화 이제는 말해 볼래요”
선수 부상 속상해도 웃는대요…처절한 유머 빵빵 터져요개그 덕아웃…그래도 앓는소리 하는 감독 보단 낫다네요
로페즈 쓰레기통 차고 날뛰네요…ML출신 확실히 달라요
나 안닮았죠ㅋㅋ?…100승 찍은 박명환 딸자랑 참 묘해요
이제야 제대로 봄이 온 모양이에요. 모처럼 따뜻해졌어요. 날씨는 풀렸는데 마음은 안 풀린 팀이 있어요. 디펜딩 챔피언 KIA는 지난 주말 목동에서 넥센에 호되게 당했어요. 마지막 게임을 어렵게 잡긴 했지만, 잡아도 잡은게 아니에요. 세 번 모두 끝내기 패할 뻔 했어요. 더구나 뒷말까지 나와 더 마음에 걸려요. 지난주 야구계 뒷얘기, 시원하게 풀어볼게요.
# 황당한 로페즈
KIA 로페즈, 메이저리그에서 몇 년 있었다고 자부심 대단해요. 한때 세계 최고무대에서 주축 투수로 뛰었다니 인정할 건 인정해요. 하지만 아닌 건 아니에요. 23일 목동에서 7회까지 단 1점만 내주며 호투했어요. 2-1로 앞선 8회 1사 1·2루 병살찬스 왔어요. 그 순간 한국시리즈에서도 쫄지 않던 안치홍이 송구실책 저질러요. 순식간에 동점. 로페즈 교체되자마자 글러브 내팽개치고 쓰레기통 걷어차며 발광해요. 점수도 안 뽑아주고 결정적인 순간 실책한 동료들에 대한 분풀이로 보였어요. 투수가 노골적으로 타자들을 비난하거나 수비를 질책하는 것은 금기 중의 금기사항이에요. 알아보니 로페즈 경기 끝나자마자 안치홍에게 달려가 미안하다고 했대요. 다음날 다시 동료들에게도 사과했어요. 발 빠르게 수습했다지만 여전히 씁쓸해요.
# 한대화 감독의 처절한 개그 본능
한화는 지금 6위예요. 위에 5팀이나 있다는 얘기에요. 하지만 그 누구도 ‘못 한다’고 손가락질하지 않아요. 그래요, 애초에 큰 기대가 없었던 거예요. 하지만 한대화 감독 심정은 달라요. 현역 시절 해결사 본능이 어디 가겠어요. 얼마 전엔 이런 명언도 남겼어요. “지고 있을 때는 열 받아서 춥지도 않다”고요. 맞아요. 속상할 때 속상하더라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게 최고예요. 요즘 한화 덕아웃에는 웃음이 넘쳐요. 한 감독의 자조 섞인 농담, 안 들어본 사람은 몰라요. 부상 선수 대신 누가 들어 가냐고 물으면 “내가 들어가야지” 해요. 덕아웃에 새로 나타난 눈 작은 기자에게는 이렇게 말해요. “난 눈 작은 사람이 좋아. 야구 잘 하거든. 나랑 류현진을 봐봐.” 말투와 표정의 절묘한 조화에 폭소가 터져요. 감독 첫 해부터 달관했나봐요. 백업 멤버까지 빵빵한 선수단을 거느리고도 만날 앓는 소리만 하는 몇몇 감독이 갑자기 떠올라요.
# 예쁘긴 한데, 아빠 안닮았대요.
LG 박명환,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승리투수 됐어요. 개인통산 100승 고지를 밟은 역대 22번째 투수로 우뚝 섰어요. 감개무량해요. 어깨 부상으로 2008년과 2009년 2년간 1승도 거두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해요. 그런데 경기 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승리(5) 양이 덕아웃까지 내려왔어요. 박명환은 함박웃음을 지었어요. 아예 딸을 안고 인터뷰를 했어요. 박명환은 예쁘게 생긴 딸이 자랑스러워요. 주위에서 “너무 예쁘다. 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겠다”며 칭찬일색이에요. 박명환은 그런 얘기 들을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딸을 보고 “예쁘다” 해놓고 꼭 아빠를 위아래로 훑어본대요. 그리고는 꼭 뒤에 한마디 덧붙여요. “음∼. 아빠 안 닮았네∼.” 처음에는 그 말이 서운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사람들이 딸 보고 “예쁘다”고 말하면 먼저 선수 쳐요. “아빠 안 닮아 천만다행이죠?”
# 강명구 눈물의 사인회
대구구장에는 덕아웃 근처 관중석에서 팬들의 사인요청이 쇄도해요. 훈련 마치고 지나가던 선수들 한 번 그 곳에 잡히면 기본 10분은 서서 미니 사인회 펼쳐야 해요. 이번 당첨자는 강명구예요. 강명구는 지난 주말 시즌 첫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2경기 연속 결승타와 적시타 터트리며 영웅으로 급부상했어요. 중요할 때 한 방 쳐주니 스스로도 대견스러워요. 게다가 2번의 선발출장을 제외하고 16경기에 대주자, 대수비로 나가 벌써 안타를 8개나 때렸어요. 류중일 코치가 사인해주던 강명구에게 짓궂게 한 마디 건네요. “한 시즌 최다안타 몇 개 남았지?” 그의 개인통산 한 시즌 최다안타는 11개래요. 강명구도 “3개 남았습니다”라며 씩씩하게 외쳐요. 하지만 이를 듣던 꼬마야구팬이 그를 향해 본의 아닌 독설 작렬해요. “그런데 아저씨 이름 뭐예요?” 강명구는 2003년 사자옷 입었지만 2007년 상무에 입단했다가 올 시즌 복귀했어요.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너무 직접적인 질문은 살짝 당황스러워요. 열심히 사인해줬는데 살짝 스팀도 올라요.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없냐”며 두 번째 공격을 날리는 아이에게 “다른 선수들은 바쁘다”고 친절하게 대답해요.
# 심판 판정이 억울한 넥센
25일 목동경기였어요. 3-4로 뒤지던 넥센 10회말에 1점내고 동점 만들어요. 2사 1·3루 끝내기 기회에요. 4번 타자 클락 나왔어요. 하지만 KIA 유동훈의 몸쪽 공에 눈뜨고 당했어요. 그 간 신사적이던 클락이 돌변해요. 성난 야수처럼 박근영 주심에게 달려들어요. 느린 화면 보니 좀 빠진 공이긴 했어요. 클락이 뭔가 한 마디만 더 하면, “너 나가!”할 분위기에요. 이 때 넥센 덕아웃에서 김시진 감독이 벼락같이 달려들어요. 재빨리 클락을 말리고 함께 덕아웃으로 향해요. 가뜩이나 선수 없는 넥센, 클락 마저 퇴장당하면 내보낼 선수가 마땅치 않아요. 가슴 쓸어내린 김 감독이에요. 11회초 결승점 줄 때 김 감독 다시 한번 득달같이 뛰어나와요. KIA 이종범의 결승타 때 안치홍이 홈에서 접전승부였어요. 주심은 세이프래요. 올 시즌 유독 결정적인 순간마다 불리한 판정이 많았던 넥센이에요. 피해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물론 심판도 사람이지만, 사람이라고 다 실수가 용서 되는 것은 아니에요. “돈 없는 구단이라서 심판들도 무시하나보다”라는 넥센 관계자의 한숨이 애처로워요.
스포츠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