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과 SK 이재원은 고교 시절부터 우정의 라이벌이다. 그 ‘전선’은 아버지들인 류재천 씨(왼쪽)와 이화용 씨의 우애까지 돈독하게 해주고 있다. 두 아버지들이 1일 SK전에 선발 등판한 류현진의 피칭을 대견하게 바라보고 있다. 문학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류 씨와 이 씨는 “우리는 벌써 15년 지기다. 아이들이 야구하는 걸 뒷바라지하면서 알게 됐다”면서 “가끔 만나 세상사는 얘기도 하고 야구도 본다. 특히 현진이가 문학 구장에서 등판하는 날에 자주 만난다”고 귀띔했다.
두 아버지의 친분은 의외일 수도 있다. 2006년 SK의 신인 1차 지명에 얽힌 인연 때문이다. 초고교급 선수였던 동산고 투수 류현진과 인천고 포수 이재원은 당연히 고향팀 SK에 입단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SK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단 한 장. 결국 1차 지명은 이재원의 차지였다.
꺜고교 시절 SK 입단 엇갈린 희비
“한때 재원이는 현진이 킬러였죠”
“현진이 문학 SK전때 자주 만나”
이재원은 희귀 포지션인 포수인데다 파워를 겸비했고, 류현진은 고2 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아들의 희비는 엇갈렸고, 아버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류 씨는 “같이 야구 하는 아들을 키우니 서로 잘 되면 축하해 주는 것”이라고 했다. 데뷔 이후 상황은 반대로 전개됐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이 씨는 “물론 아들의 소속팀인 SK를 응원하지만 현진이가 나오는 날은 잘 던져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때론 두 아들이 맞붙는 일도 생긴다.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제 몫을 했던 이재원은 2006년과2007년에 ‘류현진 킬러’였다. 2006년에는 6타수 4안타였고, 2007년에는 6타수 3안타에 2루타 1개, 홈런 1개로 역시 잘 쳤다. 하지만 2008년에는 18타수 3안타(1홈런)으로 류현진의 판정승. 그 이후론 맞대결이 없었다.
류 씨는 말했다. “같이 앉아 있어도 (아들들의)소속팀이 다르니 머리로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15년 지기 친구와 같이 야구를 볼 수 있어 참 좋다”고.
언젠가 한국시리즈 7차전 9회에 두 아들이 마운드와 타석에서 마주볼 때도 올지 모른다. 그 때도 두 아버지는 함께 앉아 그들의 승부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비록 마음속에는 다른 바람을 품고 있을 지라도 말이다.
문학|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