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 두산 정수빈 어머니 이연임씨 “수빈이 없으면 어때…두산은 내아들”

입력 2010-10-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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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빈 어린이’로 불릴 만큼 곱상한 외모. 하지만 두산 김경문 감독은 “저 아이는 결코 여리지 않다. 속에 독이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 이연임 씨(왼쪽)를 대하는 정수빈의 태도도 어른스럽기 그지없다.잠실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수빈 어린이’로 불릴 만큼 곱상한 외모. 하지만 두산 김경문 감독은 “저 아이는 결코 여리지 않다. 속에 독이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 이연임 씨(왼쪽)를 대하는 정수빈의 태도도 어른스럽기 그지없다.잠실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아들 같은 고영민·이종욱 응원
“늘 엄마 배려하는 착한 수빈이
첫해 많은기회 준 두산에 감사”
과묵한 아들은 어머니에게 말했다. “방 하나 구해주세요.” 어머니는 ‘마냥 품안의 자식인 줄 알았는데 벌써 떠나고 싶은 걸까?’생각하며 이유를 물었다. 아들은 조용히 말했다. “매일 12시 넘어 집에 오는데, 그 시간까지 기다리다 밥까지 차려주시고, 엄마가 너무 힘들잖아요.” 이제 갓 스물인데 어쩜 이렇게 속이 깊을까, 내 자식이지만 참 대견했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잠실구장. 입가에 웃음을 띤 인상 좋은 아주머니 두 명이 흰색 막대풍선을 흔들며 열심히 두산을 응원했다. 주인공은 두산 정수빈의 어머니 이연임(49) 씨와 이모 이석무 씨. 아들은 선발 출장 명단에 없었지만 그래도 열성을 다해 “두산”을 외치고 다 똑같이 아들같은 “고영민, 이종욱”을 소리친다.

아들에 대해 어머니는 첫 마디에 “참 착해요. 저희 집이 경기도 화성이에요. 늦게까지 기다리는 엄마 힘들다고 올해부터 따로 방을 얻었어요. 빨래해주러 가면 이미 깨끗하게 다 해놓아서 할 일이 없어요”라며 웃는다.

정수빈은 청소년대표 출신이지만 2009년 2차 5라운드, 전체 서른아홉 번째에야 지명됐다. 작은 체구가 걸림돌이었다. 어머니는 내심 대학 진학을 바랐지만 정수빈은 프로행을 고집했다.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항상 성실했던 아들을 믿었어요. 그리고 최소 2∼3년은 2군에서 열심히 고생하자고 했는데, 첫 해부터 많이 부족한 아이에게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수빈이가 낮은 순위에 지명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앞으로 꼭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정수빈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타구가 조명 속으로 들어가 잡지 못하는 불운, 그리고 올해 초 큰 부상을 입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어머니는 그 때마다 스스로 모든 걸 이겨내는 아들에게 참 고마웠다.

경기가 무르익고 관중들의 함성이 더 커지며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저기, 이런 말씀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 한 번도 인사를 못 드렸어요. 감독님, 아이에게 많은 것 가르쳐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꼭 전해주세요. 아! 그리고 고등학교 때 전국대회 중계방송에서 이용철 위원이 수빈이가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칭찬해줘서 아이가 큰 힘을 얻었어요. 고마운 마음 꼭 전해주세요. 또 그리고….”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이날 잠실의 열기만큼 뜨거웠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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