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인이 박혀서….”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
중앙 수비수 사샤와 조병국이 각각 경고누적과 발목부상으로 3,4위전 출전이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한 직후였다. “이런 경험이 워낙 많지 않느냐”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자 “인이 박혔다. 매번 이 대신 잇몸으로 버티다보니 면역력이 생겼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신 감독 말대로 성남의 전력누수 역사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가깝게는 11월 13일 이란 조바한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라돈치치와 전광진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홍철은 광저우아시안게임 차출로 뛰지 못했다. 멀리 보면 2년 전 신 감독이 막 지휘봉을 잡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임 직후 이동국, 김상식 등 무게감 있는 선수들이 모조리 나갔다.
그해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기적을 썼지만 정작 전북 현대와의 챔프전에서 전력의 핵 김정우가 군 입대로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은 더 암울했다. 김정우와 이호가 나갔지만 대체자원 수혈은 없었다. 신 감독은 올 여름 브라질 출신의 측면 요원을 영입하려 했다. 영입비용으로 단 6000만원이 필요했다.
그러나 구단으로부터 “그 돈이 없어 안 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좌절감이 컸다.
성남 프로필을 찬찬히 뜯어보면 태반이 1∼2년 차 어린 선수들이다. 이들을 데리고 신 감독은 클럽월드컵에 출전했다.
“선수들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이 그래서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아부다비(UAE)|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