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없는 편지] 이호준 父 “내 호주머니 걱정 말고 열심히 때려 다오”

입력 2011-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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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호준.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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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인없는 편지 | 이호준 부친이 아들에게

SK 이호준(35)에게 아버지 이을기(64) 씨는 ‘삶의 멘토’ 그 자체다. 1994년 해태 입단 이후 투수로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그를 곁에서 붙잡아 준 사람이 바로 아버지다.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아들이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아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준PO를 치르기 위해 고향 광주를 찾은 아들.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애틋했다.

호준아.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구나. 예전에 네가 FA 계약 했을 때가 아마 마지막인 것 같다. 기억하지? “돈 벌었다고 교만하지 말고, 비싼 차타지 말고, 항상 겸손하고 성실하게 살아라”라고 했던 것. 아버지는 아들이 내 바람대로 살고 있어서 뿌듯하단다.

이렇게 반듯해진 아들을 보면, 아버지는 가끔씩 힘들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렇게 야구를 잘 했던 네가 프로에 처음 들어가서 얼마나 방황을 했었니. “야구 그만 둔다”고 선언하고 집을 나갔을 때, 아버지의 마음은 찢어지는 듯 아팠단다.

‘우리 아들은 재능을 갖고 있는데…’하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었지. 겨우 너를 찾아서 “정신 차리라”며 사랑의 매를 들었던 기억들.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던 시간들. 이제는 모두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되었구나. 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그 때 김응룡 감독님을 붙잡고 “우리 아들 타자로 전향할 수 있도록 한 번만 도와주세요”라고 애원했던 사람이 바로 아비다.

내 마음이 간절했기에 너에게 그렇게도 모질게 할 수 있었던 거란다. 아비가 든 회초리가 아팠다면, 미안하다. 호준아.

그래도 요즘에는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아버지를 부러워하는지 아니? 아들이 주는 용돈 덕에 운동도 배우고, 네가 사준 홍삼 덕에 건강도 챙기고…. 광주에 내려올 때마다 할머니에게 뽀뽀를 하는 너를 보며, 다들 “아들 하나는 정말 잘 두셨다”고 하더라. 효자라고….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턱’ 쏘느라 지갑이 얇아져도 행복하기만 하단다. 경찰공무원 시절, 네가 홈런을 친 다음날에는 동료들이 “오늘 점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말하곤 했었거든.

올 가을에도 아버지 호주머니 걱정은 하지 말고 열심히 쳐 다오. 아버지 생일(음력9월15일)에 열린 경기(11일·준PO3차전)에 나오지 못해 미안했겠지만, 그라운드에서 네가 선물을 안길 기회는 또 있지 않겠니. 아버지도 이제 질책보다는 따뜻한 응원을 보내마. 사랑한다. 아들아.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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