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가 타격 밸런스를 바로잡기 위해 안간힘이다. 야간경기를 마친 다음날도 아침부터 야구장에 나오고, 정해진 훈련 시간이 끝나도 특타에 매진한다. 스포츠동아DB
슬럼프 극복 구슬땀
‘나에게 게으름이 가장 위험하다. 시합이 있는 날에는 2∼3시간 정도 미리 도착해 몸을 풀고 싶지만 도착하는 시간은 늘 30분 전. 마음은 이미 연습장에 가 있지만 그러지 못한 게으름을 올해는 버리고 싶다.’2010시즌 두산 팬북에 적힌 김현수(22)의 바람이다. 물론 맘먹은 대로 잘 이행하지 못했다. 오후 6시30분 경기에 선수단 집합시간은 대개 오후 1시30분∼2시 사이. 늘 30∼40분 전에는 도착하는 편이었지만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보면 개별훈련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김현수가 달라졌다. 아침 출근이 눈에 띄게 잦아졌다. 2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는 무려 오전 10시에 구장에 나왔다.
두산 관계자는 “이날이 오후 5시 경기이긴 했지만 이른 아침에 구장에 나와 있어 깜짝 놀랐다”고 귀띔했다. 김현수의 조기출근 목적은 역시나 훈련. 무너진 타격밸런스를 바로 잡기 위해 홀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30일에는 배팅케이지에서 정해진 타격훈련을 마친 뒤에도 신경식 타격코치에게 특별타격훈련을 자청했다. 그는 흐르는 땀을 제대로 닦지도 않은 채 실내타격훈련장으로 이동해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신 코치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훈련이 끝난 뒤에 특타를 하는데 (김)현수는 스스로 하고 싶다고 말해서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후에도 좀처럼 쉬지 않는다. 그날 타격이 좋았으면 그 폼을 기억하기 위해, 나빴다면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덕아웃과 라커룸을 돌아다니며 방망이를 휘두르기 일쑤다.
김현수의 현재 타율(2일)은 0.304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4월 한 달간 타율은 0.267(86타수 23안타)로 저조했다. 5월 2경기에서도 5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송재박 타격코치는 “(김)현수는 히팅포인트를 앞으로 끌고 나와서 임팩트 있게 치는 타격을 했는데 요즘 홈런을 의식한 까닭인지 어깨가 먼저 열리고 어퍼스윙과 같은 타격폼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타격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2년 동안 잘 쳐왔고 그 감각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 본인도 갑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수도 “(예전과 달리)타석에서 생각이 많은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는 슬럼프를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히 노력중이다. “훈련을 ‘열심히’ 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기에서 ‘잘’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