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등판 전이면 떨려서 ‘구토를 한다. 기절을 한다.’ 다 사실무근이에요.” 몸이 재산인 프로야구 선수. 이정호의 부모는 아들의 프로입단과 동시에 보험을 몇 개 들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알려지면서 보험사로부터 보험해지 통보를 들어야 했다. “왜 몸에 이상을 숨기고 보험가입을 했냐며 핀잔을 들어야 했지요.”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다. 이정호는 2001년 당시 역대 고졸신인최고계약금(5억3000만원)을 받고 입단했다. 시속 150km대의 빠른 공은 좋았지만 제구력이 문제였다. 10년 가까이 프로생활을 하면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실력으로 보여주는 수밖에요.” 4월28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정호는 8일 목동 한화전에서는 150km 중반대의 공으로 위력을 확인했다. 불펜포수들이 “공을 받으면 손이 아프다”고 입을 모을 정도. 이정호는 “산에 빨리 오른 자는 빨리 내려가지 않느냐”며 대기만성의 각오를 다졌다. 평생의 굴레로 남을 지도 모르는 오명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광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