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잉글랜드 앙숙 대결, 훌리건 충돌로도 악명

입력 2010-06-25 16: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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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종가’ 잉글랜드와 ‘전차군단’ 독일은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앙숙지간이다. 20세기 현대사를 뒤흔든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도 양국은 총부리를 겨눴다. 물론 승자는 늘 잉글랜드였지만. 축구에서도 양국은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다만 결과는 엎치락뒤치락 팽팽했다. 1908년 첫 대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7차례의 A매치에서 12승3무12패로 호각지세다.

양국간 맞대결 때는 극성 팬들간 물리적 충돌이 수반돼 커다란 물의를 빚어왔다. 잘 알려진 대로 잉글랜드는 훌리건의 원조. 하지만 독일도 만만치 않다. 훌리건 세계의 양대산맥이다.

D조 1위 독일과 C조 2위 잉글랜드는 2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16강전을 펼친다. 우승후보간 빅매치인데다 장외에서도 늘 으르렁거리던 견원지간 맞대결이라 주목된다.

잉글랜드와 독일의 축구대전이 낳았던 그림자를 따라가본다.


●영·독 축구전쟁의 역사

잉글랜드와 독일은 결정적 순간마다 서로 발목을 잡곤 했다.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결승에서 잉글랜드가 제프 허스트의 논란 많은 골을 앞세워 독일에 4-2로 승리하면서부터 반목의 골은 더 깊어졌다.

공교롭게도 이후 잉글랜드는 독일에 연전연패했다. 특히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준결승과 1996년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유로96) 준결승에서 거듭 독일이 승부차기로 잉글랜드를 꺾었다. 2000년 벨기에 샤를루아에서 열린 유로2000 본선 A조 2차전에서는 잉글랜드가 무려 34년 만에 독일을 1-0으로 꺾었다. 흥분한 잉글랜드 훌리건들은 경기 후 시내에서 난동을 부렸다. 양측 팬 56명이 다치고 450여명이 체포됐다.


●훌리건도 잠재운 승리

2001년 9월 2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독일-잉글랜드의 2002월드컵 유럽지역 9조 예선. 독일은 원정 1차전에서 이미 1-0으로 승리해 느긋했다. 안방에서 축포를 쏘아 올리는 일만 남았다. 독일의 고민거리는 오히려 잉글랜드 훌리건들의 난동을 사전 예방하는 것. 이에 난동을 일으킬 만한 ‘요주의 인물’의 독일 입국을 차단하기 위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만반의 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잉글랜드 훌리건들은 경기 하루 전 일찌감치 뮌헨 시내에서 사고를 쳤다. 술에 취한 채 독일인들을 습격해 40여명이 체포됐다. 경기 당일 독일 당국의 경계태세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그러나 우려했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예상을 깨고 잉글랜드가 독일을 5-1로 대파했기 때문. 잉글랜드 훌리건들은 승리에 취해 고분고분 독일을 떠났다.


●독일 승리에 심통 부린 잉글랜드

2006년 6월 25일 뮌헨에서 독일-스웨덴의 16강전이 펼쳐졌다. 경기 시각 슈투트가르트 시내에 설치된 대형 TV 스크린으로 자국을 응원하던 독일팬들을 잉글랜드 훌리건들이 기습했다. 다음날 에콰도르와의 16강전이 치러질 예정이던 슈투트가르트에 미리 도착해 있던 일단의 잉글랜드 훌리건들이 2-0 승리에 도취된 독일팬들에게 괜한 심술을 부린 것이다. 충돌한 양측의 378명이 쇠고랑을 찼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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