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찍고 스페인 말라가CF로 진출하게 된 중앙 수비수 조용형이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작은 체구지만 몸싸움서도 안밀려
‘언어 장벽’ 풀어야 할 최우선 숙제대표팀 중앙 수비수 조용형(27·제주 유나이티드)이 카타르 프로리그 알 라이안을 거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말라가에 입단한다.(스포츠동아 7월 29일자 1면 참조)
제주는 “조용형이 알 라이안에서 2년을 뛴 뒤 스페인 말라가와 다시 2년 계약을 맺는다. 이 같은 ‘2+2’ 계약은 알 라이안 구단주가 말라가의 메인 스폰서이기에 가능했다”고 29일 공식 발표했다. 이적료는 170만 달러(20억원), 연봉은 2년간 보너스를 제외하고 총액 300만 달러(36억원) 이상이다. 2년 간 카타르를 거친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조용형은 한국 중앙 수비수들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겼던 유럽 리그 빅3 문을 열어젖히는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게 됐다. 과연 조용형이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 탄탄한 기본기와 영리함이 강점
조용형의 가장 약점으로 수비수치고 그리 크지 않은 체격(182cm, 71kg)이 꼽힌다. 조용형은 탄탄한 기본기와 영리함으로 이 약점을 커버한다.
상대와 몸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게 우선.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수비수 출신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호리호리한 체격에도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비결에 대해 “몸싸움이나 점프 경합 때 상대가 100% 힘을 발휘할 수 없도록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자세를 잡는 게 비결이다”고 밝힌 적이 있다.
크로스가 키를 넘길 것 같은 일촉즉발 위기 상황에서 상대 시야를 교묘하게 가리는 것도 조용형의 장기 중 하나. 볼의 낙하지점을 제대로 보지 못한 공격수들의 트래핑 미스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 관계자들이 가장 극찬했던 플레이다.
수준급 클리어링 능력은 남아공월드컵 수비수 랭킹 4위에 오르며 검증이 됐다. 또한 단순히 볼을 걷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동료 미드필더들에게 연결하는 기술도 큰 점수를 받았다.
● 첫 번째 과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한국 중앙 수비수로서 개척자의 임무를 짊어진 조용형의 첫 번째 과제는 바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유럽 시장에 정통한 에이전트는 “국내 중앙 수비수들이 유럽에 나갈 수 없었던 가장 큰 장애물은 언어였다. 중앙 수비수는 수비 전체를 리드하는 능력이 필수다. 그런 면에서 얼마나 빨리 그들의 언어를 익히고 문화에 녹아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고 조언했다.
중앙 수비 파트너로 어떤 선수를 만나는 지도 중요하다. 조용형은 터프한 몸싸움을 갖춘 수비수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비디치처럼 상대를 끊임없이 윽박지르는 스타일의 파트너와 호흡을 맞출 수 있다면 그의 영리함과 기술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조용형 측이 유럽 진출을 타진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기도 하다.
조용형은 이례적으로 유럽 진출의 중간 기착지로 중동을 택했다. 중동에서 좋은 활약이 우선이다. 유럽에서 오래 뛰다가 중동을 거쳐 K리그로 온 설기현(31·포항)의 경험담을 귀담아 들을만하다.
중동 팬들은 상당히 극성스럽다. 설기현은 훌륭한 플레이로 열광적인 지지를 받다가도 간혹 경기력이 안 좋은 날이면 상상 이상의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더구나 조용형은 실수가 곧 실점과 패배로 이어지는 수비수다. 안정적인 기량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