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MC, 인저리타임의 기적

입력 2010-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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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빈 기쁨의 기도 수원FMC 허빈(가운데 20번)이 9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대교눈높이 2010 WK리그’ 서울시청과의 경기에서 종료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뒤 감격해 하고 있다.고양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허빈 결승 헤딩골…서울시청 2-1 꺾어

현대제철 시즌 첫 10승 신고…대교도 V

국제대회 선전에도 텅빈 관중석 아쉬움
‘프리랜서 PD로 활동하는 주선진(38·가명) 씨는 얼마 전 깜짝 놀랐다.

4강 신화를 일궈낸 U-20 언니들의 활약을 지켜본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축구를 하고 싶다며 엄마를 졸라댔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주 씨는 지인에게 ‘여자 축구의 비전’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딸이 선수가 아닌 취미 생활로 축구를 즐길 것을 설득해야 했다.

주 씨는 어린 딸에게 희망이 아닌, 여자 축구의 안타까운 현실과 상황을 설명하기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고 한다.

2008년 U-17 여자월드컵 8강 진출과 작년 베오그라드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우승, 올해 U-20 여자월드컵 3위를 계기로 여자 축구가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분명하지만 뭔가 빠진 듯 허전한 느낌은 쉬이 감추기 어렵다.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시청과 수원FMC의 대교 눈높이 2010 WK리그 경기. 4만 명 넘게 수용할 수 있는 스탠드에는 손으로 일일이 셀 수 있을 정도의 적은 관중들만이 찾았을 뿐이었다. 고양 시와 연고 협약을 맺은 대교 구단이 경기를 해도 관중들은 많아야 500여 명 정도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내년 시즌 참가를 목표로 했던 부천시청이 창단 작업을 전면 재검토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오면서 여자 축구인들을 울상 짓게 했다.

하지만 여자 축구의 미래가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다. 기대를 100%%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해도 긍정적인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숫자는 적어도 매 경기 출석 도장을 찍는 충성스러운 팬들이 있고, 선수들 또한 열정을 잃지 않고 있다. 선수 부모들도 “춥고 설움 많은 종목이지만 딸이 다시 태어나 축구를 하겠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주 씨의 딸처럼 어린이들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게 고무적이다. 대교 구단이 고양 시와 함께 11일부터 12일까지 1박2일 간 서포터스 100여 명을 대상으로 대교HRD센터에서 실시할 예정인 ‘유소년 축구캠프’에 엄청나게 많은 신청자들이 몰려 관계자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날 열린 경기에서는 후반 21분 전가을의 선취 골로 수원FMC가 리드를 잡았지만 종료 5분여를 남기고 골키퍼 실책으로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인저리타임 막판 허 빈의 결승 헤딩 골로 2-1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수원FMC는 9승2무3패(승점 29)를 마크했지만 당진에서 부산 상무를 4-2로 누른 현대제철이 시즌 첫 10승(1무3패·승점 31)째를 신고해 선두 도약을 다음 라운드로 미루게 됐다. 화천에서는 대교가 충남 일화를 4-1로 눌렀다.

고양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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