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핫이슈] 어,‘국민유격수’ 박진만이 웬 2루수?

입력 2010-10-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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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진만.

■ 선동열 감독의 내야 포지션 변화

주전2루수 신명철 선발엔트리 제외
수비 뛰어난 박진만에 2루수 맡겨
낯설지만 안정된 경기로 믿음 화답


삼성 박진만(34·사진)은 올시즌 부진에도 불구하고 ‘국민유격수’라는 찬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대선수다. 그러나 플레이오프(PO) 2차전이 펼쳐진 8일 대구구장 전광판의 삼성쪽 선발 라인업을 표시하는 난에는 아주 낯선 녹색등이 켜졌다. ‘4 박진만’, 즉 ‘2루수 박진만’이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이날 주전 2루수 신명철을 빼고 박진만을 6번 2루수로 선발출장시켰다.

사실 박진만의 2루수 첫 출장일은 이날이 아니다. 7일 PO 1차전 8회말 1사 1루서 7번 신명철의 대타로 출장했다가 9회초 수비에서 그대로 2루수로 나왔다. 1차전이 박진만의 2루수 데뷔경기였다. 따라서 2차전은 박진만이 2루수로 처음 선발출장한 경기다. 프로야구 출범 후 이어져온 국내 명유격수의 계보를 잇는 ‘살아있는 교본’ 박진만이 정규시즌도 아닌 포스트시즌 들어 2루수로 깜짝 변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 왜 2루수일까?

선동열 감독은 2차전에 앞서 일찌감치 “신명철이 (2차전 두산 선발) 히메네스한테 정규시즌 13타석에서 무안타였다”고 밝히면서 박진만의 2루수 기용 방침을 알렸다. 그러나 2루 백업요원으로는 박진만 외에도 강명구와 조동찬이 있었다. 또 박진만은 올시즌 거듭된 부진으로 3개월 가량 2군에 머무는 동안에도 3루수로 훈련하고 실전에 나섰다.

유격수가 아니라면 3루수가 더 적합할 수 있다. 2차전에 신명철을 빼면 박진만을 3루수, 조동찬을 2루수로 내세워도 된다. 하지만 조동찬이 올시즌 대부분 3루수로 출장했기에, 즉 주전 3루수는 조동찬이기에 ‘2루수 박진만’ 카드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 3루수가 더 적합?

박진만은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2군에서도 2루수 훈련은 안 했다. (PO 대비) 소집훈련을 하면서 2루수 훈련을 시작했다. 이제 일주일 정도밖에 안돼서 사실 오늘 잘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격수와 3루수는 움직이는 방향이 비슷해 크게 차이가 없지만 2루수는 반대라 어렵다”고도 했다. 유격수, 3루수와 달리 2루수는 역동작에서 1루로 송구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유격수에게는 2루수보다는 3루수 변신이 더 현실적이다. 메이저리그의 3대 유격수로 꼽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2004년 텍사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하면서 데릭 지터와의 포지션 충돌 때문에 3루수로 전환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 끝나지 않은 도전!

박진만은 1차전에선 볼을 만져볼 기회를 전혀 얻지 못했다. 그러나 2차전에선 초반부터 바빴다. 2회 1사 1루선 이성열의 타구를 잡아 깔끔하게 ‘4∼6∼3’ 병살을 엮어냈고, 4회 1사 후 김동주의 땅볼 타구도 가볍게 잡아내는 등 큰 허물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볼 핸들링과 캐치, 송구 및 커버 플레이 등에서 명유격수 출신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늦은 나이에 새삼스러운 그의 도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또 2루의 주인은 신명철이다. 다만 천부적 감각과 풍부한 경험을 지닌 박진만이기에 선동열 감독의 내야운용폭은 훨씬 더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대구|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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