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도쿠라의 아내 타미에 씨(왼쪽)가 딸 리오와 함께 대구구장을 찾았다. 그녀는 “나의 고향인 한국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달라”며 남편의 한국행을 도왔다. 대구|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일본프로야구, 그리고 메이저리그를 거쳐 지난해 한국에 왔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행을 결심한데는 “한국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 달라”는 아내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한국에는 아내의 친척들이 굉장히 많다. 뜨겁게 환대해준 처가 식구들은 그라운드에서 공 하나 하나를 던질 때마다 한마음으로 응원해줬다. 아이들 뒷바라지로 바쁜 아내지만 한 시즌에 5번 이상 한국을 찾아 직접 그라운드에서 갈채를 보낸다. 관중석에 있는 아내를 볼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정이 솟는다.
#1990년대 후반 주니치에는 지금 삼성을 이끌고 있는 선동열 감독, KIA의 이종범 등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하고 있었다. 그 때 지금의 남편을 처음 봤다. 나고야에서 친구의 소개로 서로 알게 됐고 사랑에 빠졌다. 평생의 동반자가 한국행을 결심했을 때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특별한 인연이 느껴졌다. 그리고 올해 남편은 프로생활 15년 중 최고의 공을 바로 한국에서 던지고 있다.
SK 카도쿠라의 아내 타미에 씨는 딸 리오의 손을 꼭 잡고 19 일 대구에서 “SK”를 열심히 외치고 있었다. 18일 남편의 선발 등판을 응원하기 위해 대구에 왔다는 타미에 씨는 “솔직히 어제 경기는 김성근 감독님이 남편을 빨리 바꿔주셔서 감사했습니다”라며 웃었다. “어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사실 남편은 프로 15년을 통틀어 올해, 이곳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최고의 공을 던진 것 같아요. 3차전에서 비록 큰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한국 야구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아내로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재일교포인 타미에 씨는 올시즌 벌써 여섯 번째 한국을 찾았다. 친척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고향’ 한국, 언제나 마음이 푸근한 곳이지만 남편이 SK 유니폼을 입은 뒤 타미에 씨 마음속 한국과 일본의 거리는 훨씬 더 가까워졌다.
아내는 남편에 대해 “한국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모습, 그리고 많은 관중들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항상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일곱 살인 딸 리오는 갑자기 “아빠가 일본에서 던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너무나 꾸밈없는 솔직함일까? 그러나 그 이유는 분명했다. 리오는 수정같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말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아빠가 놀아줘서 너무 좋아요. 계속 일본에 있으면 매일 매일 아빠랑 놀 수 있잖아요.”
지난해부터 아빠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리오도 이제 열렬한 SK팬이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누구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나주환”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수비를 잘해서?’, ‘얼굴이 잘생겨서?’ 리오가 고개를 저으며 “나∼주환, 나∼주환 하는 응원곡이 너무 좋아서요”라고 말하자 주위는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아내와 딸은 일년 내내 고생한 아빠를 위해 부산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타미에 씨는 “내년 이 맘때도 한국에서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습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구|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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