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인물탐구] 넥센 강정호, 하루 1000번 스윙…손바닥이 곰발바닥

입력 2011-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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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0번의 스윙, 그리고 쉴 틈 없는 수비 훈련. 넥센 강정호의 손바닥(작은 사진)에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큰 물집이 잡혔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대형 유격수로 자라나기 위한 성장통이다.
스포츠동아DB·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운동 욕심으로 똘똘 뭉쳤다 넥센 강 정 호
그는 분명 넥센을 대표하는 타자지만, 아직 슈퍼스타는 아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으로 전국구 스타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을 뿐. 그래서 강정호에게 2011시즌은 또 하나의 갈림길이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이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

13일(한국시간) 넥센의 스프링캠프가 진행 중인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운동 욕심으로 똘똘 뭉친’ 강정호를 만났다.

하루 1000번의 스윙, 그리고 쉴 틈 없는 수비 훈련. 넥센 강정호의 손바닥(작은 사진)에는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더 큰 물집이 잡혔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대형 유격수로 자라나기 위한 성장통이다. 스포츠동아DB·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이제 강정호 사전에 슬로 스타터란 없다

넥센 김시진 감독은 ‘강정호를 대형유격수로 키우겠다는 계획은 잘 진행 중인가?’라는 질문에 “강정호의 손바닥을 꼭 보라”고 답했다. 이 맘 때면 손에 물집이 잡히는 타자들이 많다지만, 정도가 더 심했다. 김 감독은 최근 강정호를 따로 불러 절친한 사이인 ‘헐크’ 이만수(SK코치)의 사례를 들려줬다.

“이만수도 훈련을 얼마나 독하게 했는지, 손바닥이 너보다 더 심했다. 심지어 성냥의 황을 떼어 손바닥의 갈라진 부분에 넣고, 불로 살을 지지기도 했다. 당장은 괴롭지만, 훈련할 때 조금이라도 통증을 줄여보기 위한 것이었다.”

김 감독의 얘기가 강정호에게는 또 하나의 자극이 됐다. 강정호는 “공을 치는 것까지 포함해 하루 1000번 정도 스윙을 한다”고 했다. 아직 스프링캠프 중반이지만 타구의 질도 좋다. 페이스를 시즌 초반에 맞추는데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그동안 ‘슬로 스타터’라는 꼬리표를 달았다.

하지만 최근 프로야구의 추세를 보면, 대개 시즌 초반부터 치고나가는 팀들이 4강에 간다. 이미 순위경쟁에서 뒤처진 여름에 쳐봐야 영양가는 떨어진다는 의미다.

강정호는 “날씨 추울 때 컨디션이 좀 안 좋아서 시즌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는 달라질 것”이라고 웃었다.


○홈런타자보다는 클러치 히터!

현재 강정호의 체중은 약 86kg.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보다 의도적으로 4∼5kg을 감량했다.

강정호는 지난 시즌 직전, ‘홈런수의 증가’를 위해 체중을 다소 늘렸다. 하지만 “몸이 무거워지니 수비하는데 문제가 생겼다”는 자가진단을 내렸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홈런타자로의 변신’이 주요 화두는 아니다. 강정호는 “나는 ‘거포’라고 할 정도로 홈런40개씩 칠 수 있는 타자는 아니다. 홈런 20개 이상에 2루타가 많고 찬스에 강한 중장거리타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2009시즌 23홈런을 기록한 강정호는 2010시즌에는 홈런수가 12개로 줄었다. 오른 손등 부상의 여파였다.

강정호는 “2009시즌에는 홈런을 의식하고 주로 몸쪽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2010시즌에는 통증 때문에 바깥쪽을 톡톡 끊어 쳐서 단타를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는 손등이 울리는 고통에서 자유롭다. 2년 간 ‘극과 극 타격’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들을 발휘할 조건은 갖춰진 셈이다.

타격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공부벌레’ 강정호. 그는 플로리다에서 오로지 야구 생각만 한다. 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가을 잔치 나가는 게 소원

강정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내로라하는 타자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다른 팀에서 뛸 때는 성의 없어 보였는데 실제로 보니 아니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다소 투박한 느낌과는 달리, 강정호는 타격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스타일이다. 잘 맞지 않을 때는 타격폼의 미세한 변화도 자주 시도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독이 되기도 했다.

강정호는 “최근에는 여유가 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팀에서도 자리를 잡았고, 병역문제도 해결했기 때문. 이제 ‘폼’자체보다는 ‘느낌과 호흡’을 바꾸려고 노력한다.

강정호는 자신의 타격스타일에 대해 “구종과 코스별로 공의 궤적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가, 그게 맞을 때 방망이를 돌린다”고 설명했다. 어린 나이지만 수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청소년대표 때부터 큰 경기에서 강했다”고 했다.

아시안게임에서의 활약도 이런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이제 가을잔치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보고 싶은 것이 강정호의 간절한 바람이다.

“4강만 올라가면 그 다음에는 모르는 거잖아요. 우승을 해본 형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플레이오프에 나가기만 하면 잘 할 것 같아요.” 과연 그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세인트피터스버그(미 플로리다주)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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