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 청문회·퇴출 릴레이에 마음고생
LG 박종훈 감독이 6일 시즌 최종전인 삼성전을 앞두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무엇보다 성적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다. 두산 2군감독 시절 ‘화수분 야구’의 자양분을 만든 주인공으로 주목받으면서 LG는 2009년 말 5년짜리 감독직을 맡겼다. 초보 감독에게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리빌딩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사령탑으로 부임하기 전 LG는 이미 7년 연속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를 하고 있던 상황. 감독 첫해인 2010년에 전년도 7위였던 팀을 6위로 끌어올렸지만 언론과 팬들은 선수의 육성보다는 성적부진에 더 주목했다.
LG 구단도 끊임없이 FA와 트레이드를 통해 선수를 사들이면서 박 감독에게 간접적으로 성적에 대한 주문을 걸었다.
올시즌 박 감독은 그래서 ‘성적과 리빌딩의 숙제’를 동시에 해결하려고 했다. 성적이 나지 않는 리빌딩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 시즌 종료 직후부터 8개구단 중 가장 긴 지옥훈련을 소화한 뒤 시즌을 맞이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선두권을 다퉈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장마철 이후 끝없이 추락했다. 부상자가 속출했고, 위기를 돌파할 뚜렷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추락하는 성적표에 화난 LG팬들은 연일 잠실구장 앞에 진을 치고 청문회를 열었고,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인 ‘쌍둥이 마당’에는 박종훈 감독 퇴출 릴레이가 펼쳐졌다. 일부 팬들은 성적부진에 대한 질책을 넘어 인격적인 모욕감을 주는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시즌 말미에는 감독 교체설과 함께 새로운 감독 후보군의 이름마저 오르내렸다. 그의 귀로도 당연히 소문들은 들려왔다. 계약기간 3년이 남았지만 결국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박 감독은 2년간 116승143패7무의 성적표를 안고 LG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LG는 잔여기간 3년의 연봉(총 6억원)은 지급하기로 했다.
잠실|이재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