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핫이슈] 소리없이 빛난 ‘요리사’ 진갑용

입력 2011-10-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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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크’가 화났다. SK 이만수 감독대행(가운데)이 28일 3차전 4회초 2사 2루에서 판정에 대해 고개를 흔든 포수 정상호에게 주심이 주의를 주자 곧장 달려 나가 심판들과 입씨름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힘 실린 직구 위주 볼배합에 큰 효과
“SK타선 몸쪽 빠른 직구에 약하더라”
류중일 감독 “빠른 직구승부가 최고”

한국시리즈 들어 SK 타선은 2차전까지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2경기 동안 1득점에 그쳤다. 안타도 총 12개밖에 때려내지 못했다. 2경기에서 팀타율은 0.188에 불과했다. 출루율이 웬만한 팀타율보다 낮은 0.245였으니 득점이 저조한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삼성 투수들이 SK 타선을 이처럼 봉쇄한 데에는 직구 위주 볼배합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 진갑용 “직구 위주 볼배합”

삼성 포수 진갑용(사진)은 2차전까지 팀 마운드를 진두지휘했다. 그는 28일 3차전에 앞서 “내 리드가 좋아서가 아니라 투수들이 잘 던져서 그렇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 삼성 투수들의 구위가 워낙 좋다보니 SK 타선을 압도할 수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좋은 재료가 있어도 적절한 요리법이 없다면 맛깔스러운 요리가 나올 수 없다.

진갑용은 팀 기밀사항일 수도 있어 자세한 설명을 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삼성 투수들의 빠른 직구를 살리는 방향으로 볼배합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SK 타자들이 확실히 지쳐 있는 것 같다. 바깥쪽 공에는 파울이 나고, 몸쪽 공에는 방망이가 따라나오지 못하더라”면서 “우리 투수들 공에 힘이 있으니까 몸쪽 빠른 직구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류중일 “빠른 직구가 가장 좋은 무기”

류 감독은 ‘빠름’을 중요시하는 감독이다. 그는 “투수든 야수든 일단 빨라야한다”면서 “투수도 빠른 직구가 가장 큰 무기다. 내가 타자를 해봤지만 빠른 볼이 타자 입장에서는 가장 부담스럽고 무섭다”고 말했다.

삼성 김평호 코치는 “큰 경기를 앞두고는 타자들에게 전력분석 자료를 많이 주지 않는다. 대신 투수들에게는 상대타자의 히팅존과 파울존 등의 자료를 준다”고 말하면서 “SK 타자들이 지쳐 있다고는 하지만 몸쪽은 자칫 잘못 하면 큰 것 한방으로 연결된다.

결국 몸쪽은 보여주는 공, 바깥쪽은 승부구로 갈 수밖에 없다. 상대가 분석을 하고 들어온다고 해도 우리 투수들 직구에 워낙 힘이 있어 이겨낼 것이다”고 설명했다.


● 직구, 칠 줄 알고 던지고 던질 줄 알고 쳤다

삼성 투수들은 실제로 플레이오프까지 불방망이를 휘두른 박정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타자와 직구 승부를 펼치고 있다. 박정권은 플레이오프까지 직구를 홈런으로 연결했지만 변화구에는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는 분석을 했기 때문이다.

삼성 투수들은 SK 타자들이 직구를 노리고 들어오는 것을 알지만 직구를 던지고, SK 타자들은 삼성 투수들이 직구 위주로 승부한다는 사실을 알고 배트를 돌리고 있다.

한국시리즈의 승부는 결국 체력적으로 고갈돼 가고 있는 SK 타자들이 삼성투수들의 힘 있는 직구 위주의 승부를 얼마나 견뎌내고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모로 돌아가는 승부보다는 한마디로 ‘힘 대 힘’의 승부다.

문학|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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