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기자의 여기는 도쿄] 개인기 차이→선수층 차이…日 깨려면 몸집부터 키워라

입력 2012-09-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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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여자대표팀은 일본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8강에서 마무리됐다.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안겨준 대회였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U-20 여자월드컵 결산

4경기서 4골 ‘전은하의 재발견’ 소득
이영주·이금민·이소담도 기량 발전

日 등록선수 2만5천명·한국 1400명
선수층 두껍게 만들 ‘장기플랜’ 과제


희망의 빛을 봤다. 한국 U-20 여자대표팀은 30일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여자월드컵 8강전에서 일본에 1-3으로 패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와 8강전까지 모두 4경기를 치르며 19일 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비록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은 성과다.


○새로운 스타 탄생

전은하(19·강원도립대)는 월드컵이 나은 스타다. 4경기 풀타임 출전하며 한국의 5골 가운데 4골을 직접 해결했다. 여민지(19·울산과학대)가 왼쪽 발등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전은하는 이번이 두 번째 U-20월드컵 출전. 2010년 대회에는 막내로 참가했다. 당시엔 주로 후반 교체 출전했다. 드리블 돌파와 개인기가 좋은 선수였다. 그러나 패스와 체력이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불필요한 드리블도 지적 받았다. 이를 악물었다. 대회 직후 패스 연습에 매진했다. 체계적인 훈련으로 체력도 보완했다. 전은하는 “패스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수차례 감각적인 침투패스를 보였다. 스스로 단점으로 꼽았던 득점력도 일취월장했다. 공간 활용 능력이나 스피드도 탁월하다. 이밖에도 ‘주장’ 이영주(20·한양여대), 이금민(18), 이소담(18·현대정과고) 등이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장기적 플랜 필요


한일전을 통해 분명한 전력 차를 느꼈다. 일본은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랭킹 3위. 지난해 월드컵 우승을 앞세워 여자축구의 르네상스가 지속되고 있다. 2010년 U-20 월드컵 3위와 U-17 월드컵 우승을 통해 반짝했던 한국과는 분명 다르다.

일본의 여자축구 등록선수는 무려 2만5천명. 지역에 뿌리 내린 생활체육의 연장선이지만, 그만큼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지소연(21·고베 아이낙)은 “일본 여자축구는 2011년 월드컵 우승 이후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수준은 참담하다. 전체 등록 선수는 1400명 안팎. 상위 단계로 올라갈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1천만 인구를 가진 수도 서울의 고교 팀은 단 하나. 동산정보산업고가 유일하다. 축구를 그만두는 선수들이 늘어나면 여자축구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이번 대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한 선수는 “한국은 선수 층이 두껍지 않아 서로 두루두루 친하다”고 했다. 역설적으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 요시다 히로시 감독의 조언은 귀 담아 들을 만 하다. 요시다는 “한국 여자축구는 일본에 비해 비교우위도 많다. 그러나 개인기술은 조금 떨어져 보인다. 그 점을 보완하면 더 발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개인기는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야 습득할 수 있다. 한국의 축구풍토를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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