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앞둔 이호, 눈물의 고별무대

입력 2012-1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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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미드필더 이호는 2012 FIFA클럽월드컵을 끝으로 민간인 신분을 잠시 잊게 됐다. 17일 상무 입대를 앞둔 그는 가족과 함께 일본에서 짧은 휴가를 보냈다. 스포츠동아DB

클럽월드컵 히로시마전 가슴아픈 패배
정든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 건네며 울컥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와 2012 FIFA 클럽월드컵 5∼6위전(2-3 울산 패)이 열린 12일 일본 도요타 스타디움. 종료 휘슬이 울리자 눈을 꼭 감은 선수가 있었다. 울산의 ‘살림꾼’ 이호(28)였다.

17일 논산훈련소 입소를 앞둔 그에게 이날 경기는 당분간 돌아올 수 없는 민간인 신분의 고별 무대였다. 아울러 실질적인 입영 전야였다. 그래서일까. 6위가 확정된 후에도 쉬이 걸음을 떼지 못했다. 90분 간 누구보다 많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뛰었다. 앞서 몬테레이(멕시코)와 대회 1차전(1-3 패)에서도 사력을 다했다. 모두가 무뎌진 울산의 ‘철퇴’를 비난했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적어도 이호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패배였다.

사실 그토록 공허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입대가 걱정돼서도 아니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2010년 여름부터 2시즌 반 동안 정들었던 동료들과 헤어진다는 게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여운이 남는 듯 주변을 둘러보고 가장 늦게 그라운드를 나와 라커룸에 들어선 그는 ‘ㄷ자’ 모양으로 돌며 선·후배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 순간 말은 필요 없었다. 눈빛을 한 번 마주친 뒤 짤막히 “수고했다”고 한 게 전부. 평소 말수 적은 이호의 눈시울도 촉촉해졌다.

나고야에서 시작해 나고야에서 끝난 일주일 간의 일본 여정에는 이호 가족들도 동행했다. 팀보다 조금 늦게 일본에 도착한 부인 양은지 씨와 두 살배기 큰 딸이 가장의 든든한 모습을 지켜봤다. 13일 김해 국제공항으로 귀국길에 오른 대부분 선수단과 달리 입영을 앞둔 이호는 이근호와 함께 일본에 남았다. 짧게나마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다잡고 머리를 식히기 위함이었다. 울산 관계자는 “이호가 클럽월드컵 기간 중 많이 아쉬워했다. 상무에 가도 항상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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