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지. 스포츠동아DB
“상금 받은적 있다” 경기 도중 실격판정
대회 불러놓고 자격없다 책임전가 씁쓸
프로골퍼의 꿈을 키우던 여고생 골퍼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실격 판정에 눈물을 흘렸다.
최예지(18·영동과학산업고)는 17일 경기도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에서 열린 KLPGA 투어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아마추어 초청선수로 출전했다. 꿈에 그리던 프로무대를 밟게 된 기쁜 날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은 얼마 가지 못했다. 1라운드 경기를 치르던 최예지는 9번홀을 마치고 실격됐다. 스크린 골프대회서 상금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지난해 골프존에서 주최하는 스크린 골프대회 G-투어에 출전해 5000만원 가량의 상금을 벌었다.
KLPGA 김광배 경기위원장은 “프로대회든 오락이든 아마추어 선수가 대회에서 상금을 받았기 때문에 아마추어 자격을 상실했다”며 “대한골프협회 문의 결과 아마추어 선수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규정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사전에 모르고 있다가 경기 당일 문제를 삼은 건 KLPGA의 명백한 실수다. 더구나 최예지는 스폰서 초청을 받은 뒤 KLPGA의 승인을 얻어 대회에 출전했다. 이미 초청선수로 출전한 선수에게 뒤늦게 자격이 없다고 실격시킨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KLPGA 투어에선 해마다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KLPGA 투어는 지난해 9월 한화금융클래식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아마추어 골퍼에게 상품을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홀인원 상품은 2억 7000만원 상당의 외제 고급 승용차였다. 대한골프협회 규정에는 아마추어 골퍼도 홀인원 등의 특별상은 받을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당시 김 경기위원장은 “대한골프협회 규정과 상관없다. 아마추어에게는 상품을 지급하지 않는 게 우리의 규정이다”라고 말했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도 씁쓸함을 남게 했다. 김 경기위원장은 “자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선수도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대회는 끝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어린선수가 입은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것 같다.
용인|주영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