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열린다. 경기전 LG 김기태 감독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서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팔꿈치 수술 전력 등 관리대상 1호
“선수 생명을 담보로 얻는 승리는 싫습니다.”
포스트시즌에선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단기전 때는 오늘을 이겨야 내일이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3차전을 내주며 1승2패로 수세에 몰린 LG도 20일 4차전을 앞두고 투수진 전원대기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류제국과 리즈는 대기명단에서 제외됐다. 류제국은 5차전 선발로 예정돼 있었지만, 4차전을 이기지 못하면 등판이 아예 무산되는 처지. 상황만 된다면 불펜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였는지 모른다.
그러나 4차전을 앞두고 LG 김기태 감독은 “류제국은 중간계투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김 감독은 4차전에 앞서 코칭스태프에게 ‘만약 감독이라면 류제국을 불펜으로 활용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답변은 하나 같이 ‘노(no)’였다.
이유가 있다. 류제국은 올 시즌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LG가 가을야구를 하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관리대상 1호였다. 팔꿈치 수술 전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오랜 공백기를 보낸 투수였기 때문이다. 정규시즌 중에도 선발로테이션을 조정해주며 컨디션을 관리해줬던 만큼 아무리 포스트시즌이라도 무리시키지 않고 싶었던 것이다.
김 감독은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물론 결과에 따라선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선택이다. 류제국도 불펜에서 던질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김 감독은 “선수 생명을 담보로 얻는 승리는 싫다”며 마음을 굳혔다.
류제국은 “원래 불펜에서 대기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의 뜻이 그렇다고 해서 받아들였다”며 “오늘 제발 이기라는 마음뿐이다. 배려해주신 만큼 5차전에서 보답하고 싶다”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4차전 1-5 패배로 류제국과 LG의 가을야구도 아쉽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