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풀스토리] 대기조 차우찬의 ‘덕분에’ 정신

입력 2013-10-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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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우찬. 스포츠동아DB

삼성에서 2006년 데뷔했으니까 어느덧 데뷔 8년차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투수진에서 막내에 속합니다. 선배들의 심부름을 참 많이 했죠. 지난해까지는 후배 정인욱이 있었는데, 그마저 상무에 입대했습니다. 심창민이 성장하지 않았더라면 8년차 막내일 뻔했습니다. 그래도 심창민 혼자서 잔심부름을 다하면 힘들까봐 도와주는 선배입니다. 불평 대신 “삼성 마운드가 워낙 강하다보니 후배들이 1군에 쉽게 못 올라온다”고 위안을 삼습니다. 삼성 좌완 차우찬(26·사진)의 심성을 알 수 있습니다.

1월 스프링캠프 때 차우찬은 김태한 투수코치에게 불려갔습니다. “너도 알다시피 9구단 체제가 되면 5∼6선발 체제로 가기 힘들어진다. 불펜에 갈 수도 있다”는 통보였습니다. 선발을 원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던질 자리만 주어진다면 정말 뭐라도 상관없었습니다. 한국시리즈(KS)에서도 말이 좋아 ‘1+1’이지 롱릴리프 불펜 대기조입니다. 4차전 때처럼 1회부터 몸을 풀고, 2회부터 던지는 상황이 또 올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차우찬은 “삼성에 소속된 덕분에 이런 기회도 많이 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로 늘 생각하려는 차우찬입니다.

군산에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고 고교 졸업 때까지 잘 했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고3 때는 정말 프로에 못가는 줄 알았죠. 그런데 별 연고도 없던 삼성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절반, ‘이 팀에서 언제 1군에 올라갈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절반이었습니다. 평소 생각이 많지만 마운드에 서면 단순해지는 성격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오직 포수 미트만 보고 1구 1구 정성을 다해 던졌습니다. 보직은 아무래도 상관없었죠. 그러다 보니 1군에 남게 되고, 불펜에서 붙박이 선발로 이동하고, 10승도 해보고, 승률왕에도 등극했습니다. 그러나 야구란 것이 모르고 할 때보다 알고 하니까 더 어렵더군요.

차우찬은 올 시즌 2년 만에 다시 10승투수가 됐습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느라 43경기나 던졌죠. 그러나 “50경기 이상 던지는 안지만, 오승환 선배가 있는데 내가 많이 던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28일 4차전에서 100구를 던진 차우찬은 31일 6차전에 기꺼이 다시 대기합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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