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변신 유승민 ‘때론 형으로, 때론 파트너 선수로’

입력 2014-08-0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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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코치, 스포츠동아DB

AG남자탁구대표팀 지도자 생활 한달째
선수들이 준비한 깜짝 생일파티에 감동

2004아테네올림픽 당시 ‘탁구신동’으로 불리던 유승민(32·사진)은 ‘신들의 도시’에서 남자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2008베이징대회에선 남자단체전 동메달, 2012런던대회에선 남자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탁구 역사상 올림픽에서 금·은·동을 모두 차지한 선수는 유승민이 유일하다. 런던올림픽 이후 국내무대를 떠나 독일 프로팀에서 활약했던 그는 5월 귀국했다. 당초 8월 미국유학을 떠날 예정이었지만, 대한탁구협회의 요청에 따라 7월 2일 남자대표팀 코치로 태릉에 복귀했다. 침체에 놓인 한국탁구의 부활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한국탁구 역사상 2명뿐인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 남자대표팀 유남규(1988서울대회) 감독과 유승민 코치는 그렇게 의기투합했다.


● 파트너 선수 같은 코치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지 한달이 흘렀다. 남자대표 중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 코치와 함께 선수로 뛴 후배들도 있다. “코치님”보다는 “형”이란 호칭이 이들에겐 더 익숙하다. 조만간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인 주세혁(34)은 유 코치보다 두 살 더 많다. 그만큼 유승민은 젊은 지도자다. 오전부터 선수들과 함께 러닝을 하고, 땀이 흠뻑 젖을 때까지 라켓을 놓지 않는다. 후배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코치로서 큰 강점이다. 유 코치는 5일 “아직은 체력이 되는 것 같다. 거의 모든 운동을 함께 하다보니 내가 지도자란 생각보단 파트너 선수란 느낌이 더 강하다. 유남규 감독님께서도 알아서 하도록 맡겨주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선수들도 이제는 ‘코치 유승민’에 적응해가고 있다.


● 신임 지도자의 특별한 생일

선수시절에는 자신의 몸만 챙기면 됐다. 그러나 코치의 입장은 다르다. 그는 “다른 선수가 모두 힘을 내고 있어도 한 선수가 처지면 그 선수를 일으켜 세워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몫이다. 매일매일 선수들 몸 상태를 확인하느라 바빴다”고 지난 한달을 돌이켜봤다. 하지만 5일엔 오랜만에 선수들이 유 코치를 챙겼다. 이날은 그의 생일이었다. 태릉선수촌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였다. 선수들이 초를 꽂은 케이크를 유 코치 앞으로 가져왔다. 신임 지도자를 위한 깜짝 파티였다. 그는 “선수들이 SNS를 통해 내 생일을 안 것 같다. 이런 것을 준비했는지도 몰랐는데, 너무 고마웠다. 선수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며 웃었다.


● 레전드 감독·코치, 안방 AG 강세 이어가나

한국탁구는 2002부산대회 이후 아시안게임 금메달 명맥을 잇지 못하고 있다. 당시 이철승-유승민조는 남자복식에서, 석은미-이은실조는 여자복식에서 아시아 정상에 섰다. 그러나 2006도하대회와 2010광저우대회에선 ‘노골드’였다. 한국남자탁구는 1986서울대회를 비롯해 홈에서 열린 2번의 아시안게임에선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서울대회에선 유 감독(남자단식·단체전 2관왕), 부산대회에선 유 코치가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유 코치는 “예전엔 중국만 대비하면 됐지만, 이제 대만과 일본 등 아시아권이 모두 강세다. 이번엔 안방이라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과 함께 잘 준비하면 좋은 결과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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