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김상현의 부활’ 채찍을 든 조범현

입력 2015-08-0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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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조범현 감독은 KIA 시절 애제자였던 김상현(왼쪽에서 2번째)에 대해 “아직도, 여전히, 앞으로도 충분히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그 능력을 스스로 이끌어내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상현이 2일 롯데전 연장 12회말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여전히 30홈런 칠 타자인데
확실한 타격존 지켜야 가능
어떻게든 끌고가는 게 내 일”


kt 김상현(35)은 KIA 시절이던 2009년 36개의 홈런을 날리며 홈런왕과 시즌 MVP에 올랐다.

그해 조범현 감독과 함께 KIA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외국인선수가 떠오르는 호쾌한 스윙과 파워로 리그 전체를 지배했다. 당시 많은 타격 전문가들은 김상현에 대해 ‘완전히 타격에 눈을 떴다. 시즌 50홈런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후 2014년까지 김상현이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0년(21개) 딱 한 시즌 뿐이었다. 무릎 부상의 영향이 있었고, 내야에서 외야로 포지션 변경, 트레이드 등 많은 변화 속에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두 자릿수 홈런도 넘지 못했다. 그러나 kt 사령탑이 된 조범현 감독은 지난해 팀의 1군 데뷔를 앞두고 김상현을 SK에서 특별선수로 지명했다.

이후 혹독한 훈련이 이어졌다. 시즌 중반 질책성 2군행 통보도 있었다. 부상도 없고 큰 슬럼프도 아니었다. 7월초 팀 중심타자의 2군행에는 큰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조 감독은 4일 수원 삼성전에 앞서 “김상현은 아직도,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충분히 시즌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다. 그렇기 때문에 그 능력을 스스로 이끌어내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베테랑 감독들은 선수들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렇지 못하면 팀은 순식간에 큰 혼란에 빠지고 감독의 리더십에 상처가 생긴다. 조 감독은 김상현과 2009년 우승을 함께한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해 시즌 초 LG에서 김상현이 KIA로 이적했을 때 “수비 때 실책이나 실수를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마라. 타석에서 재능을 발휘할 때까지 기회를 주겠다. 편안하게 해줘라”고 코칭스태프에게 지시하며 애정을 보였다.

그러한 인연이 있기에 kt에서 더 엄하게 김상현의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조 감독은 “김상현은 30홈런을 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유인구를 참고 자신의 확실한 존을 지켜야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힘에만 의지해서는 절대 좋은 모습을 이어갈 수 없다”며 “섭섭할지는 몰라도 다그쳐서라도 끌고 가는 것이 내 일이다”고 말했다.

김상현은 3일까지 타율 0.276 89안타 55타점을 기록했다. 홈런은 17개를 날렸다. 5년 만에 20홈런이 눈앞에 있다.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도 획득한다. 조 감독이 김상현을 엄하게 이끌고 있는 이유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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