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KIA행 막차’ 1년차 루키 김호령의 기적

입력 2015-08-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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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호령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마지막 순번인 10라운드에 지명을 받았다. 기대치가 적었던 선수지만, 어느새 주전 중견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홈경기 후 함평 2군 숙소로 가야 하는 그에게 “필요하면 감독실을 비워주겠다”며 애정을 보였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마지막 순위 지명
김기태 감독 눈에 들어 주전 중견수 우뚝
“사이클링히트 꿈꾼다”…타격에도 욕심


KIA 1군 엔트리에는 현재 입단 1년차 신인 선수가 2명이나 있다. 야탑고를 졸업한 ‘미소년 투수’ 박정수(19)와 동국대를 졸업한 중견수 김호령(23·사진)이다. 특히 김호령은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마지막 순위인 10라운드에야 KIA의 지명을 받았다. 계약금은 3000만원이고, 연봉은 2700만원이었다. 사실 안 뽑아도 됐는데, 동국대 이건열 감독의 추천에 ‘눈 딱 감고’ 선발했다. 그러나 밑져야 본전인 줄 알았던 김호령이 어느덧 주전 중견수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올 시즌 KIA의 성적을 놓고 기적을 말하는데, 기적 중의 기적이 바로 김호령이다.


● “이 현실이 안 믿겨져”

김호령은 지난해 12월 야구대제전에 군산상고 대표로 출전했다가 왼 손바닥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김기태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놓았던 터라 아쉬움이 더 클 법했다. 바로 수술을 했고, 3개월간 재활을 했다. 이 탓에 스프링캠프에 불참했다. 김호령은 “어차피 일찍 1군에서 뛸 것이라 생각하지 않아서 조급하진 않았다. 빨리 나아서 2군에서 잘하자 했는데, 감독님이 이렇게 일찍 불러줄 줄 몰랐다”고 떠올렸다. 2군 경기에서 2경기만 뛰고 1군의 호출을 받았다. 4월 22일, 그렇게 꿈에 그리던 곳에 올라온 이후 아직까지 그는 1군 선수다.

경기도 안산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다닌 김호령은 부천고로 진학해 2학년까지 다녔다. 그런데 3학년 때 야구부가 인원 미달로 해체됐다. 아무 연고도 없는 군산상고로 전학을 가 졸업했고, 드래프트에 신청했으나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동국대에 입학했고, 4학년 때 극적으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묘하게도 드래프트 당일 김호령은 광주에 있었다. “당시 대회가 있었다. 숙소에서 인터넷으로 드래프트 중계를 봤는데, 마지막에 KIA가 나를 불러줘 깜짝 놀랐다. 신고선수로 갈 각오를 하고 있을 때였는데 말이다.” 그의 이름을 불러준 KIA를 위해 의미 있는 선수가 되고 있다.


● “사이클링히트 해보고 싶다”

김호령의 최대 장점은 넓은 수비범위와 민첩한 감각이다. “외야에서도 상황에 따라 타자를 연구하고 위치를 미리 잡는다. 김민호 코치님도 도와주신다. 호수비가 나오면 선배 투수들이 고맙다고 해주는데, 그런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고맙다.”

그린라이트를 받을 정도로 주루능력도 갖추고 있다. 거의 유일한 약점은 타격인데, 13일까지 80경기에서 67삼진으로 팀 내 2위다. 그러나 낮은 시즌 타율(0.234)에 비해 득점권 타율(0.390)은 높다. “삼진이 많아서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지금은 계속 나가다보니 오히려 연연하지 않게 됐다. 다음에 잘해야지 하고 집중하다보니 조금 나아졌다.” 김호령은 “사이클링히트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약점인 장타력을 보완하고 싶다는 소망이 담겨 있다.

루키 김호령과 박정수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홈경기가 끝나면 전남 함평 2군 숙소로 이동한다. 김 감독은 “(김)호령이가 야간훈련을 늦게까지 한다면 ‘함평에 가지 말고 야구장에서 자라’고 내가 감독실을 비워줄 용의도 있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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