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1사만루 악몽…김현수 “‘병살만 치지 말자’하고 나갔다”

입력 2015-10-1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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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 스포츠동아DB

■ 두산 대역전극 뒷이야기

뜨거운 밤이 지났다. 역대 포스트시즌(PS) 최다 점수차 역전극. 그러나 하루가 지난 15일 잠실구장은 그저 평화롭기만 했다. 마치 ‘어제의 환희는 어제로 끝났다’고 알리는 듯했다.

두산은 14일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서 PS 역사에 아로새겨질 장면을 남겼다. 6회까지 2-9로 뒤지다가 7회 4-9, 8회 5-9까지 따라붙었고, 9회에는 대거 6득점해 아예 경기를 뒤집었다. 평소 그라운드에서 감정 표현이 별로 없던 양의지가 동점 적시타를 치고 역전까지 확인한 뒤 3루서 ‘슈퍼맨 포즈’로 포효했을 정도다. 차분한 성격의 허경민 역시 8점째를 올리는 순간, 먼저 들어온 주자 김재호를 향해 점프하듯 달려들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친구이자 동료인 정수빈은 그 장면에 대해 “공중 부양하는 것 같았다”고 촌평했다.

아무리 되새겨도 흥분될 만한 순간이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중반까지만 해도 선수들에게 ‘냉정하게 해라. 한 경기 더 할 수 있으니까 축 처지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조금씩 점수차가 좁혀지면서 저절로 덕아웃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다 끝나고 집에 가서 하이라이트를 세 번 정도 봤다. 기분은 좋더라”며 웃었다.

4번타자 김현수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그를 괴롭힌 ‘9회 1사 만루’의 아픔을 말끔히 씻었다. 병살타가 아닌 2타점 적시타로 영웅이 됐다. 그는 “솔직히 이렇게 나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상황이 한번은 오겠지 싶었다. ‘병살만 치지 말자’, ‘못 치면 망한다’는 생각으로 나갔다”고 웃으며 “9회말 넥센의 마지막 타구를 (정)수빈이가 잘 잡아줘서 그때 가장 기뻤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고삐를 조일 시간이다. 두산은 다시 평소의 차분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주전들에게 자율권을 줬던 15일 훈련에도 홍성흔, 김현수, 민병헌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가 참가했을 정도다. 홍성흔은 “이제 준PO를 통과했고 앞으로 갈 길이 더 멀다. 선수들에게 들뜨지 말자고 얘기했다”며 “상대팀 기분도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하자는 뜻이었다”고 귀띔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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