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아이유의 ‘Zeze’는 정말로 원작을 훼손했을까

입력 2015-11-05 1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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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 DB

아이유가 1년 5개월 만에 발표한 신보 'CHAT-SHIRE(챗셔)'가 생각지 못한 논란에 연달아 휘말리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10월 23일 발매된 아이유의 네 번째 미니앨범 'CHAT-SHIRE(챗셔)'는 공개직후 수록곡 전곡이 음원차트 줄세우기를 달성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는가.

이제는 '싱어송라이터 아이유'라는 표현이 완전히 자리잡나 했더니 11월에 접어들어 각종 논란이 발생하면서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현재 아이유를 둘러싸고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음반 보너스 트랙 ‘Twenty three’의 무단 샘플링 사용과 'Zeze(제제)'의 선정성 논란 이 두 가지이다.

이중 ‘Twenty three’의 경우 논란 발생 직후 로엔트리 측은 "관련 내용에 대해 인지한 후 작곡가에게 문의하여 해당 부분은 편곡과정에서 작곡가가 구입하여 보유하고 있던 보이스 샘플 중 하나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당사는 사용된 보이스 샘플의 출처가 불분명하다고 판단되어,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즉시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소속사 측에 연락을 취해 해당 보이스 샘플에 대한 확인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라고 해명자료를 배포해 빠르게 진화에 나섰다.

로엔 측의 해명 이후 일부 누리꾼들은 아이유가 전곡 작사·작곡·프로듀싱한 것으로 알려진 'CHAT-SHIRE(챗셔)'인데 작곡가에게 문의를 했다는 부분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는 전곡을 100% 아이유 혼자 만들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Twenty three’는 아이유와 이종훈, 이채규가 공동 작곡한 곡이다.

‘Twenty three’ 이후 발생한 'Zeze' 선정성 논란은 특이하게도 모티프가 된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출판사인 도서출판 동녘이 직접적으로 가사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게 된 경우다.

더욱이 ‘Twenty three’의 샘플링 사용 논란이 발생한 이후 불과 하루만에 또 다시 '논란'이라고 불리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싱어송라이터 아이유'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

물론 출판사 입장에서 소설의 내용이 곡해되고 훼손된다면 이를 교정하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이유가 표현한 'Zeze'가 과연 정말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의미를 곡해하고 훼손했는지는 조금 의문이 든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는 주인공 '제제'의 성장소설로, 아이유의 'Zeze'는 이 제제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아이유가 이해한 제제는 순수한 5살 소년이지만 한편으로는 영악하다고 할 정도로 똑똑한 아이로, 이런 제제의 성격은 원작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수 있을 만큼 소설 전반에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문제는 이런 제제를 두고 '섹시하다'고 표현한 것으로, 아이유는 앞서 앨범 발매 기념 토크에서 "제제는 순수하면서 어떤 부분에선 잔인하다. 모순점을 많이 가진 캐릭터이고, 그래서 매력있다. 어린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그게(모순된 성격의 캐릭터가) 섹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아이유는 제제라는 캐릭터에서 모티프를 얻어 이런 모순된 성격의 캐릭터가 선사하는 매력을 전달하려한 셈이다.

다만 그 모티프가 된 소설이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인데다가 제목마저 주인공과 같다보니 'Zeze'의 주인공과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를 동일 인물로 보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라 할 수 있다.

설령 동일인물로 보더라도 아이유의 해석이 원작의 의미를 곡해하려하거나, 훼손하려했다는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학대받은', '가난한'이라는 배경은 제제라는 캐릭터가 만들어진 한 이유일순 있지만 그 자체가 그의 성격이라고 할 순 없다.

또 소설 속 제제는 당하는 입장에서는 '교활하다'고 느낄정도로 심한 장난도 스스럼 없이 하고, 누군가 보기에는 '더럽다'고 할정도로 다양한 곳에 호기심을 드러낸다.

아이유의 'Zeze'가 상처를 극복하고 점점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소년의 모습 그 자체를 조롱하고 부정하려는 의도를 담은 게 아닌 이상,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때문에 원작이 지니는 의미를 훼손했다고 하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현재 아이유는 일거수일투족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런 아이유이기때문에 작은 먼지 하나까지도 큰 바위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앨범의 'CHAT-SHIRE'를 두고 그냥 스물셋 여자아이의 잡담처럼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아이유의 말처럼 좀 더 가볍고 유연한 접근이 아쉬울 따름이다.

사진|로엔트리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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