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 이효희와 IBK의 ‘아름다운 우정’

입력 2015-12-02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 동아일보, 채널A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국내 5대 프로스포츠(프로야구·프로축구·남녀프로농구·남녀프로배구·남녀프로골프) 종목별로 올 한해를 빛낸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는 ‘2015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이 1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개최됐다. 여자프로배구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이효희(하이패스)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김희진과 IBK선수들, 떠난 선배 지목
이효희는 1순위로 후배 김희진 찍어

‘2015 동아스포츠대상’의 최대 격전지는 여자프로배구였다. 도로공사 세터 이효희(35)가 IBK기업은행 공격수 김희진(24)을 단 1점차로 따돌렸다. 오직 선수들의 직접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되는 동아스포츠대상에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어떠한 인위적 외부요소도 배제되기 때문이다.

수상자인 이효희도, 전년도 수상자 자격으로 시상자로 나선 김희진도 이런 동아스포츠대상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다. 1일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시상식 현장에서 공개된 결과를 통해 1점차로 1·2위가 갈린 사실을 확인한 김희진은 “내가 수상했으면 내가 시상하고, 내가 받을 수 있었는데…”라고 웃으며 2연속 수상 불발의 아쉬움을 살짝 내비쳤다.

그러면서 김희진은 시상식 직후 식사자리에서 곁에 있던 이효희에게 “언니는 누굴 찍었어요?”라고 스스럼없이 물어봤다. 이효희가 IBK기업은행에서 함께 뛰었기에 살가움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효희는 우물우물할 뿐 답을 주지 않았다. 김희진은 “동아스포츠대상은 신문에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다 공개한다”고 압박(?)을 가했지만, 그래도 이효희는 멋쩍게 웃기만 할뿐 말이 없었다.

김희진으로선 서운함에 입이 나올 법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투표인단에 포함된 IBK기업은행 선수 5명 중 무려 4명이 이효희를 1순위로 찍었기 때문이었다. 이 4명 중에는 이효희를 잘 따랐던 김희진도 있었다. 2013∼2014시즌까지 IBK기업은행의 전성시대를 연 맏언니 이효희가 프리에이전트(FA)로 팀을 떠날 때, 후배들은 울음바다였다. 그만큼 IBK기업은행에서 신망을 많이 얻었다. 이효희의 ‘배려의 토스’는 정 많은 여자선수들에게 진심으로 통했던 것이다.

그리고 2015 동아스포츠대상 투표 결과를 공개해보니, 감동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선수를 찍은 줄 알았던 이효희가 사실은 1순위로 김희진을 찍은 것이었다. 후배 김희진이 동아스포츠대상을 또 받기를 간절히 원한 진심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그랬다면 왜 이효희는 “나도 너를 찍었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이 상을 처음 받은 이효희는 투표 결과가 공개된다는 사실을 미처 모르고 있었다. 굳이 바깥에 알리지 않고도 후배를 진정으로 아끼는 이효희의 선한 마음이 입증됐다. 2일 오전 스포츠동아에 실린 투표 결과를 보면 김희진과 IBK기업은행 후배 선수들의 가슴은 따뜻해질 것 같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