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했던 이만수-이종범 레전드 매치

입력 2015-12-0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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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들이 모교를 위해 출동했다. 대구상원고 유니폼을 다시 입은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이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5 야구대제전’ 광주일고와의 개막전에 선발출장해 첫 타석에서 외야플라이를 친 뒤 덕아웃으로 뛰어가고 있다. 개막전을 앞두고 상원고 대표 이만수 전 SK 감독과 광주일고 대표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이 악수하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전주고 포수로 나선 SK 박경완 배터리코치가 제물포고전에 선발출전해 1회 삼진을 당한 뒤 멋쩍어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고척|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2015 야구대제전 개막

이종범, 고의4구 작전으로 양준혁 도발
이만수 “내년엔 아무래도 내가 뛰어야”
김원형·박경완 배터리 등 볼거리 풍성


볼거리도 많고, 화젯거리도 많았다. ‘그라운드의 동창회’로 통하는 ‘2015 야구대제전’이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상원고-광주일고의 개막전으로 막을 올렸다. 각 학교 야구부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이 총출동하는 대회답게 덕아웃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수다와 떠들썩한 응원소리로 가득했다. 오전 일찍부터 비가 많이 내렸지만, 올해부터 대회 장소가 고척돔으로 바뀐 덕분에 선수들은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볐다.


● 양준혁 앞에 고의4구? 이종범의 심리전

개막전에는 프로야구의 대표적 레전드 스타들이 출동했다. 상원고는 이만수 전 SK 감독을 사령탑으로 내세우고,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을 4번에 배치했다. 광주일고도 MBC스포츠+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종범·박재홍 해설위원을 각각 감독과 수석코치 자리에 앉혔다. 당연히 자존심 싸움에도 불꽃이 튀었다. 특히 광주일고는 4-0으로 앞선 3회 2사 2·3루서 3번 우동균(삼성)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양준혁과 승부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작전을 직접 지시한 이종범 위원은 “당연히 현역을 거르고 은퇴선수를 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시치미를 뚝 떼면서도 “양준혁이 결국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며 쾌재를 불렀다. 결국 경기는 광주일고의 9-2, 6회 콜드게임(5·6회 7점차 이상) 승리로 끝났다. 양 위원은 “지금 멘탈이 붕괴됐다. 다음에 설욕하겠다”고 짐짓 고개를 숙였고, 이만수 전 감독은 “내년에는 아무래도 하루 전에 미리 연습해서 나도 뛰어야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오지환-이학주, 4번 유격수 동갑내기 대결


“와, 우리 오랜만에 봤네.” 충암고-경기고의 맞대결 직전, 홈 플레이트 뒤에선 두 장정의 쑥스러운 웃음꽃이 피었다. 충암고 출신인 해외파 유격수 이학주와 경기고를 졸업한 유격수 오지환(LG)이 모처럼 만나 악수를 나눴기 때문이다.

둘은 고교 3학년이던 2009년 경북고 김상수, 서울고 안치홍, 광주일고 허경민과 함께 ‘고교 5대 유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이학주는 “나 말고 다른 친구들이 그냥 ‘4대 유격수’였다. 원래 실력 있는 친구들이어서 다들 지금처럼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오지환도 “결국 학주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서 메이저리그 구단이 뽑아간 것 아니겠나. 발도 정말 빠르고, 고등학교 때부터 진짜 잘했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다”며 웃었다. 둘은 나란히 양 팀 4번 유격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6년 만에 ‘맞수’로 진검승부를 펼쳤다.


‘영혼의 배터리’ 김원형-박경완, 25년 만에 호흡

전주고는 이날 3경기에 참가한 6개 고교 가운데 가장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제물포고를 상대로 3번 1루수 박정권(SK), 4번 좌익수 최형우(삼성)가 선발출장했고, 신용운(삼성)도 덕아웃에서 후배들을 응원했다. 무엇보다 김원형 SK 코치가 선발투수, 박경완 SK 코치가 2번 포수로 나서서 다시 호흡을 맞췄다. 둘은 학창시절은 물론 쌍방울과 SK에서도 늘 프로야구 최강의 궁합을 자랑했던 ‘영혼의 배터리’다. 김 코치는 “전주고 유니폼을 입고 함께 하는 건 고3 때 이후 25년만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귀띔했고, 박 코치도 “지금 원형이 공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김원형이 공을 던지고 박경완이 그 공을 받는 모습이 바로 야구대제전의 의미를 상징하는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교시절의 유니폼을 함께 입고 나란히 선 두 코치가 연신 싱글벙글했던 이유다.

고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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