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슬리퍼 신지 않기·야식 먹지 않기…

입력 2015-12-17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16번의 우승’ 삼성화재를 만든 9가지의 힘

부상 방지·체중 관리 등 기본적 생활수칙
신치용 전 감독 시절부터 지켜온 성공비법


성공한 사람에게는 성공의 법칙이 있다. 외부인들은 그 법칙이 궁금하다. 뭔가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막상 살펴보면 깜짝 놀랄 만한 새로운 내용은 없다. 가장 기본적인 루틴과 일상에 성공의 비밀은 있다.

1995년 11월 7일 창단해 20번째 겨울시즌을 보내고 있는 삼성화재는 그동안 영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왔다. V리그 8차례를 포함해 무려 16번의 우승 뒤에는 승리를 향한 구성원들의 땀과 열정, 희생이 담겨있다. 20년간 정상을 지켜온 삼성화재를 지켜준 힘은 블루팡스만의 특별한 문화다. 팀을 거친 수많은 선수들이 반드시 지켜야 했던 ‘그라운드 룰’은 삼성화재의 문화를 상징한다. 신치용 단장이 감독 시절 지시한 내용이 선수들에게 전파되면서 구전으로 내려와 팀을 유지하는 기본 매뉴얼이 됐다.

주장 고희진은 그라운드 룰에 대해 “경기력을 높이기 위한 당연한 행동이다. 경기력이 나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선수다. 결국 이것은 우리를 지키기 위한 매뉴얼이다. 선수들이 따라야 하는 이유다. 방법은 많아도 방향은 하나라고 들었다. 우승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우리는 우승하기 위해 이 방향을 따른다”고 말했다.


① 모든 일정은 항상 10분 전에 준비한다


선수단은 버스 탑승과 훈련개시 시간 등 모든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야 한다. 그라운드 룰로 시작돼 이제는 문화로 정착됐다. 갈수록 모이는 시간이 빨라져 지금은 20∼30분 전으로 당겨졌다. 너무 일찍 모인다는 문제점도 나오자 지난해에는 제 시간에 맞추기로 했지만 여전히 선수들은 몸에 밴 습관에 따라 일찍 모인다. 처음 이 룰을 시행했을 때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못했던 몇몇 선수들은 원정버스가 일찍 떠나는 바람에 뒤늦게 혼자 택시를 타고 고속도로 톨게이트까지 쫓아온 적도 있었다.


② 아침식사장소나 물기가 있는 곳에 갈 때는 슬리퍼를 신지 않는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또는 물기가 있는 곳에서 슬리퍼를 신고 움직이다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까 우려해 만든 룰이다. 이와 관련한 에피소드. 삼성화재는 2013∼2014시즌 우승포상으로 사이판 여행을 갔다. 한국전력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해온 곽동혁은 이 룰을 모른 채 아침식사 때 슬리퍼를 신고 식당에 나타났다. 신치용 감독은 즉시 곽동혁뿐만 아니라 룸메이트 지태환까지 함께 혼냈다. 지태환은 팀의 매뉴얼을 새로 온 선수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평소에도 슬리퍼 대신 운동화 차림으로 이동한다. 용인 STC(삼성트레이닝센터) 숙소에서 훈련장으로 이동할 때도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는 반드시 지하통로로만 다녀야 한다.


③ 야식은 먹지 않는다


체중 조절과 컨디션 유지를 위해 야식을 먹지 않는다. 저녁 간식으로는 오로지 과일만 허용된다. 신치용 감독은 원정 때 가끔 숙소 주변 분식집을 불시에 방문한다. 선수들이 라면이나 치킨 같은 고칼로리 음식을 먹을까봐 점검하는 것이었다. 어느 선수는 막 젓가락질을 하려다 신 감독과 눈이 마주친 적도 있다. 실업배구 시절 신 감독이 원정숙소의 휴지통을 뒤져 간밤에 무엇을 먹었는지 검사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다.


④ 밤에는 핸드폰을 반납한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휴식도 훈련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충분한 수면을 통한 피로회복을 위해 오후 10시가 넘으면 핸드폰을 반납한다. 룰 도입 초반에는 코치가 선수들의 방을 돌아다니며 핸드폰을 수거했지만 이제는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반납한다. 신치용 감독은 선수들의 SNS 활동도 좋아하지 않았다. 삼성화재 선수들의 숙소에는 TV도 없다. 잘 때는 일찍 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⑤ 부상선수도 팀을 위해 연습에 참여해야 한다

부상선수들이 어느 정도 활동이 가능할 경우 훈련장에 나와 코트의 땀을 닦거나 뒤에서 공을 주워주는 등 궂은일을 해야 한다. 후배들이 훈련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행동이다.


⑥ 훈련도 실전이다. 연습경기 때도 반드시 유니폼을 착용한다


삼성화재 선수들의 훈련은 실전과 다름없다. 격렬하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첫 팀 훈련에 참가한 많은 신인들이 배구를 포기하고 떠난 이유도 훈련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었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실전과 같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연습경기 때도 실전용 유니폼을 입는다. 유니폼 가슴에 붙은 팀 이름을 결코 잊지 말라는 뜻도 있다.


⑦ 겨울에 외부로 이동할 때는 잠시라도 반드시 외투를 입는다

밖으로 이동할 때는 잠시라도 외투 착용을 의무화했다. 감기예방을 위한 조치다. 겨울에 따뜻하게 옷을 입는 것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지만 지키는 것은 다르다.


⑧ 포스트시즌에는 선후배 상관없이 주전을 위해 짐을 들어준다

평소 이동 때는 후배들이 무거운 짐을 들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다르다. 아무리 후배라도 경기에 출전하는 주전이라면 선배가 먼저 짐을 들어야 한다. 후배가 무거운 짐을 들다가 생길지도 모르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⑨ 아침에 일어나면 몸무게를 달고 체중을 확인한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새벽 훈련에 참가하기 전 반드시 하는 루틴이 있다. 바로 체중을 재는 것이다. 평소 체중보다 갑자기 많이 늘거나 준 선수가 있다면 코칭스태프와의 면담이 기다린다. 체중이 늘었다면 생활관리를 못한 것에서 원인을 찾는다. 체중이 준 선수는 말 못할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이유를 캔다.


● 삼성화재, 라이벌 현대캐피탈에 시즌 첫 승

삼성화재는 1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라이벌 현대캐피탈과의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0-25 25-22 25-18 20-25 15-11)로 이겨 11승6패, 승점 31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에 당한 1·2라운드 패배도 설욕하며 선두 OK저축은행(12승5패·승점 38)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