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경의 만나고 싶은 사람] 솔비 “‘그냥’ 솔비로, 솔비답게 살고 싶어요”

입력 2015-12-30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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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비는 “‘무한도전’에서 만난 채연 언니가 ‘네 기사 봤어, 열심히 해’라고 격려해줬는데 정말 고마웠다. 재석 오빠도 전시회 꼭 초대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솔비에게 MBC ‘무한도전’은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통로였다. 영어를 배운다고 자신만만했지만 정작 ‘Fall(가을)’을 영어로 쓸 줄 모른다며 예전 엉뚱한 매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솔비에게는 또 다른 모습이 있었다. 그의 그림들은 우리가 알지 못한 ‘솔비’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솔비의 작업실을 찾은 ‘무한도전’ 멤버들마저 깜짝 놀랐을 정도. 방송을 본 시청자들도 그의 색다름에 호감을 보냈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반응에 가장 많이 놀란 것은 솔비 본인이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예전과 달라 깜짝 놀랐어요. 예전보다 저를 향한 시선이 관대하게 변한 기분이 들었어요. 미디어 환경이나 우리가 사는 시대가 바뀌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엄격했던 시선이 너그러워졌다고 봐야 할까요. ‘무한도전’ 멤버들과 제작진이 제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지식이 해박하진 않아도 제가 좋아하고 싶었던 것들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 방송에 드러난 것 같아요. ‘무한도전-바보들의 전쟁 : 뇌순남, 뇌순녀 특집’이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한없이 부족함을 보여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장점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과 어떤 사람이든 잘 하거나 노력하는 게 꼭 있다는 걸요.”

방송 이후 솔비를 찾아갔다. 최근 이사한 스튜디오에서 음악과 그림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특별히 자신에게 달라진 일은 없었다. 그저 묵묵히 자신이 하던 일을 그대로 하고 있을 뿐. 물론 방송 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만큼 대중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정말 바쁘게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물론 방송인으로 사는 것도 제겐 중요해요. 그런데 바쁘게 활동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허송세월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잠시 멈추고 스스로 성장시킬 시간요. 그러면 대중들에게 더 좋은 모습,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일부러 모든 걸 다 내려놓았어요. 회사도 정리하고, 하고 있는 활동을 거의 쉬게 됐죠.”

가수 겸 방송인 솔비.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하지만 언젠가부터 가면을 쓰고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스스로가 교만하다고 생각했다. 솔비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열심히 방송활동을 했는데 그 인기를 누리니 삶의 여유를 찾는 내 모습에서 이중성을 느꼈다. 교만하다고만 생각해 마음을 다독였는데 안 되겠더라. 어쩌면 사람들은 ‘누려본 사람의 여유’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그냥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고 싶은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그림이었다. 어느덧 5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심리치료를 위해 시작한 그림이었지만 점차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면 점차 무엇을 그릴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흥미가 생기면 더 잘 하고 싶게 되지 않나. 나 역시 재미있기만 했던 그림을 더 잘 그리고 싶었다”며 “내가 그림을 그리면서 뭔가가 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지 보통 사람들처럼 그림을 그려 보여주고 싶었다. ‘연예인 특혜’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더 책임감을 갖고 미술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누군가의 전시회를 보거나, 책을 보고, 뉴스를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해요. 제가 기술적인 면이 뛰어난 사람도 아니지만 테크닉보다는 일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해요. 제 작품 중에 ‘공상’이라는 것이 있어요. 아무래도 제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뮤지션의 모습이 담긴 그림을 그려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음악과 춤 그리고 물감이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작품이 친절해보였으면 싶었어요. 가끔 전시를 보다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도 많이 만나게 되거든요. 생각을 해보니 영상을 통해서라면 가능할 것 같았어요. 이 사람이 어떻게, 왜 이런 표현을 하게 됐는지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엉뚱할 수 있지만요. (웃음)”

‘비비스’의 ‘공감’ 영상 캡처


솔비의 ’공상’


솔비가 소속된 비비스가 만든 ‘공상(Daydream)’은 까만 캔버스 위로 흔적을 남기는 모습을 약 4분간 영상으로 담은 작품이다. 평생 노래와 그림을 하고 싶은 솔비의 마음을 표현했다. 물감을 발바닥에 발라 그가 춤추는 흔적을 표현했고 원색부터 형광색까지 여러 색을 입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는 “예전에 누렸던 인기나 무대들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 않나. 내가 최선을 다했던 그 모습이 물거품처럼 사라지지 않도록 남기고 싶었다”며 “‘공상’으로 권지안(솔비의 본명)과 솔비로서 살아가는 이중적인 내 모습을 재료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이 인생의 한 부분 아니겠나. 음악이든 미술이든 살아가면서 점점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 영상을 보고 솔비는 많이 울기도 했다. 뿌듯함과 동시에 지난날들이 떠올라 울컥한 적도 있다고. 솔비는 “아직도 제 그림이 어딘가에 걸리고 혹은 팔렸다는 소식을 들으면 뭐랄까…. 첫 전시를 했을 때 벌거벗은 기분이 든 것처럼 아직도 부끄럽다. 내가 뭐라고…”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공상’은 그냥 ‘나’를 보는 것 같아요. 화려한 무대에 올라선 나부터 지금의 나의 모습을 차곡차곡 보여준 것 같아요. 열정에 불탔던 그 때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누구나 일을 하다 보면 익숙해져 열정이 사그라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림은 제 열정을 다시 불붙게 한 도구였어요. 음악과 그림, 지금은 두 배의 열정이 생긴 것 같아요. 물론 스트레스도 받아요. 없다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그 스트레스가 제겐 즐거움이에요. 더 잘하려고 고민하는 거라 좋아요. 즐거운 스트레스죠.”

‘비비스’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원래대로라면 12월에 나왔어야 할 작품인데 완성도를 위해 잠시 미뤘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다 보여드리는 거라 리허설부터 촬영까지 함께 할 스태프들과의 호흡도 중요하다”라며 “시간에 쫓기면서 대충 만들고 싶진 않다”고 기대해 달라 말했다.

가수 겸 방송인 솔비.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가야할 길이 정말 멀거든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열려있는 길이 있다는 것이고 음악적으로 여러 가지 표현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되는 것 같아요. 게다가 기대가 크지 않을 때 반전의 반전을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웃음) 밴드니까 어쿠스틱이나 일레트로닉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우리 밴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활동을 하려고 해요.”

개인적인 소망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하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솔비는 “주변에서 ‘넌 진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구나’라고들 하는데 최고의 복인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산다고 하면 뭐라고 하실 분들도 계실 거예요, 분명. 하지만 제가 막 살 거라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웃음) 한 때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고 느껴질 때 허무하고 포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목표에 대한 성과가 적어도 다른 것으로 보답이 오는 것 같아요. 지금 제 생활도 그렇고요. 그래서 꿋꿋하게 멋지게 살고 싶어요. 제 큰 소망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한 사람에게라도 힘이 되어주고 소통을 계속 할 수 있는 사람이요. 합쳐서 말하자면 ‘솔비’답게 살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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