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피플] 김선형 “팬 격려의 박수 뭉클…이젠 내가 감동시킬 차례”

입력 2016-01-13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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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선형은 최근 세 시즌 연속 올스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올스타의 사나이’다. 올 시즌 초반 시련을 겪은 그에게 팬들의 사랑은 그를 일으켜 세우는 큰 원동력이 됐다. 김선형은 “마지막 올스타가 되는 순간까지 팬들을 위해 뛸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 SK 김선형

잘못된 행동 뉘우치고 경기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
봉사활동하며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 이유도 생겨
소속팀 SK의 PO진출? 1%의 가능성이라도 최선

남자프로농구 SK의 간판스타 김선형(28)은 선수들 사이에서 ‘올스타의 사나이’로 불린다. 화려한 개인기와 폭발적 스피드로 무장한 그는 이벤트성 경기인 올스타전에서도 ‘설렁설렁’하는 법이 없다. 팬들이 올스타전에서 김선형을 찾는 이유다.

김선형은 올 시즌 개막 직전 불법스포츠도박 사건에 연루되면서 팬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겼다. 2011년 프로 데뷔 이후 탄탄대로를 걸었던 그의 앞길에 일대 시련이 닥친 것이다. 2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올스타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러나 팬들은 김선형을 올스타로 택했다. 마음의 짐을 안고 있던 그에게 팬들의 변함없는 애정과 격려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는 10일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도 변함없이 최선을 다했다.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3시즌 연속 올스타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이 찾아왔다. 올스타 MVP 수상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그를 12일 용인 양지의 SK체육관에서 만났다.


-올스타 MVP 수상을 축하한다. 축하인사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주변 분들에게 축하를 많이 받았다. 아직 올스타 MVP의 여운이 남아있다.”


-스스로는 올스타 베스트5에 뽑힐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올 시즌에는 안 좋은 일에 연루되면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렸다. 그래서 올 시즌은 올스타에 뽑히는 것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베스트5에 뽑히고 나서도 뛰지 못할 줄 알았다. ‘불법스포츠도박에 연루됐던 선수들이 올스타전에 뛰어도 되느냐’는 여론이 있었으니까. 솔직히 부담이 되기도 했고, 뽑혔어도 뛰지 말아야 맞는 게 아닌지 고민했다. 아예 연맹(KBL) 차원에서 (올스타전 출전을) 배제시킬 줄 알았다.”


-징계기간 동안 생각이 복잡했을 것 같다.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부모님도 실망감이 크셨을 텐데 괜찮다면서 위로해주셨다. 주변 분들에게 미안함이 가장 컸다. 그 다음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선수’라는 선입견이 박혀버렸으니까…. 아마 그 선입견을 털어가는 것이 내 선수생활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변화가 생겼다든지, 느낀 부분이 있다면?

“프로선수로서 작은 부분이라도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국민체육진흥법이 생기기 전이었던 대학시절이었다고 해도 내가 잘못된 일을 한 것은 맞다. 많이 뉘우쳤다.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곁에서 격려해준 소중한 분들에 대한 감사함도 생겼고, 그 분들을 위해서라도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나를 올스타로 뽑아준 프로농구 팬들에게도 어느 때보다 감사함을 느꼈다. 내 소신이나 마음가짐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SK 김선형. 스포츠동아DB



-선수로서 코트에 서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을 것 같다.

“농구 중계를 꼬박꼬박 봤다. 보다가 너무 농구가 하고 싶어지면 곧장 체육관으로 내려가서 농구를 했다. 그 때마다 허남영 코치님이 열성적으로 운동을 도와주셨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게다가 팀도 내리막을 걸었다.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보는 입장이 되니깐 우리 팀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오더라. ‘내가 이 상황에 들어가면 어떻게 할까’라고 생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팀이 정체된 것을 보면서 내가 복귀하면 더 많이 휘젓고, 수비가 몰리면 빼줘서 슈터들을 살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복귀했을 때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다.

“복귀전(지난해 11월 21일 동부전)에 앞서 홈경기(11월 18일 오리온전) 때 코트에서 정장을 입고 팬들 앞에 사과인사를 했다. 팬들이 야유할 줄 알았다. 속으로 ‘야유가 나오더라도 마음을 잘 다잡자’고 다짐했다. 마이크를 잡고 인사하는데, 오히려 팬들이 다 일어나서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시더라.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 때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 내가 팬들에게서 느낀 감동을 이제는 내가 경기로서 팬들을 감동시킬 수 있도록 더 죽기 살기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뭉클하다.”


-복귀전은 어땠나?

“농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떨렸다. 프로 데뷔 경기보다 더 떨렸다. 징계를 받은 선수 중에서 내가 가장 늦게 복귀전을 치렀는데, 다른 선수들의 기록을 보니 2점, 4점 정도더라. ‘확실히 부담이 되는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준비도 많이 했다. 개인적으로는 봉사활동시간(120시간)을 다 채우고 난 뒤에 출장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봉사활동시간을 다 채우지 않은 채 뛰었다면 뭔가 찜찜한 기분으로 뛰었을 것이다(김선형은 복귀전에서 23점·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봉사활동을 통해 느낀 것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처음에는 내가 부담이 됐다. 봉사활동을 하는 곳 선생님들이 내가 왜 봉사를 하러 왔는지 알 테니까. 징계를 받아 시작하게 된 것이지만, 진심을 담아 봉사활동에 나섰다. 창문 열심히 닦고 청소하고…. 허(남영) 코치님과 둘이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했다. 내 진심이 보이는지 선생님들이나 장애인 친구들도 점점 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농구선수니까 선생님들과 장애인 친구들이 농구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곳 시설에 전부 70명 정도가 생활하는데, 지금은 모두 SK 나이츠의 팬이 됐다. TV를 시청하는 시간에도 농구를 틀어놓을 정도다. 사람의 마음은 진심을 다해야 통한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장도 자주 찾아주신다. 장애인 친구들이 경기장을 찾는 날은 거의 다 이겼다. 내가 더 열심히 뛰어야 하는 이유가 늘었다.”


-다시 올스타 이야기를 해보자. 다른 선수들에 비해 올스타전에서 유독 열성적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중·고등학교 때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본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 기대를 하고 봤는데, 여기서 3점 쏘고, 저기서 3점 쏘고…. 농구의 묘미가 빠진 느낌이었다. 올스타전은 팬들을 위한 무대인데, 정작 팬들은 재미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내가 올스타 무대에 선다면 스피드 넘치고 박진감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늘 생각해왔다. 그런 생각이 경기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이번 올스타전은 더욱 그랬다. (양)동근(모비스)이 형과도 1쿼터부터 정규리그 경기처럼 하자고 얘기했다. 열심히 뛰었더니 좋은 상을 받게 됐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올스타전 콘셉트를 잡아가야 할 것 같다. 그래야 더 많은 팬들이 올스타전을 찾아오고, ‘올스타전이 재밌다’는 인식으로 바뀔 것이다. 나는 올스타에 마지막으로 뽑히는 순간까지 지금처럼 뛸 것이다.”


-SK는 13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정규리그 막바지 일정에 돌입한다. 어떤 마음가짐인가?

“현재로선 플레이오프 진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 않나. 팀 성적에 대한 갈망은 늘 갖고 있다. 우리 팀 경기력이 많이 좋아졌다. 복귀 초반까지는 상대팀이 우리를 약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이제는 다르다. 뒤지고 있어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높지 않은 가능성이지만, 그 가능성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것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다.”


● 김선형은?


▲생년월일=1988년 7월 1일

▲키·몸무게=187cm·80kg

▲출신교=서흥초∼송도중∼송도고∼중앙대

▲프로 경력=2011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SK 입단

▲국가대표 경력=2013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3위), 2014년 농구월드컵,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금메달)

▲수상 경력=2011∼2012시즌 이성구 페어플레이상, 2012∼2013시즌 정규리그 MVP·베스트5, 2013∼2014시즌 올스타 MVP, 2014∼2015시즌 올스타 MVP·베스트5, 2015∼2016시즌 올스타 MVP

▲2015∼2016시즌 기록(1월 12일 기준)=18경기 출전, 평균 14.5점·4.0리바운드·5.4어시스트·1.7스틸

▲2015∼2016시즌 연봉=4억2000만원

용인 |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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