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와 지크 순항 이끈 ‘굿맨’ 김기태 감독

입력 2016-07-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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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지크-김기태 감독(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헥터·지크 8승·다승 6위, 성공적 첫 시즌
친화력, 진심으로 마음 얻는 김기태 감독


KIA는 올 시즌 외국인선수 걱정이 없는 팀 중 하나다. 무엇보다 새로 뽑은 선발 듀오, 헥터 노에시와 지크 스프루일이 에이스 양현종과 함께 든든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다. 지크가 8일 잠실 두산전에서 7이닝 2실점으로 승리하며 헥터와 지크 모두 8승으로 다승 공동 6위에 올랐다.

외국인선수의 성공요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중에 ‘적응’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력만큼이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적응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낯선 타지 환경에 대한 적응, 그리고 한국만의 야구·팀 문화에 모두 적응해야 한다.

KIA 김기태 감독은 외국인선수들과 승리 후 독특한 세리머니를 하는 걸로 유명하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세리머니 동작을 직접 만들었다. 그만큼 외국인선수들과 친화력이 있다. 헥터, 지크가 첫해부터 연착륙하는 데 여러 부분에서 도움을 준 게 사실이다.

타 팀 외국인선수들도 거리낌 없이 김 감독에게 다가간다. 이미 김 감독을 겪었던 선수들로부터 ‘굿맨’이라는 말을 들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LG에서 뛰었던 레다메스 리즈나 올 시즌 헥터의 고향인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이 친근감 있게 다가선다. 대다수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홈구장에 온 고국 선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곤 하는데, 한국에서도 이 문화를 실천하면서 김 감독 몫까지 챙겨오겠단 선수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김 감독이 무조건적인 친화력만 보이는 건 아니다. 국내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밀고 당기기’를 잘 한다. 특히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부터 선수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꽉 붙잡는다.
올 초 스프링캠프. 하루는 헥터가 벨트를 깜박 잊고 숙소에 두고 훈련장에 나왔다. 벨트 하나가 빠졌을 뿐이지만, 김 감독은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며 헥터를 나무랐다. 야구는 유니폼부터 격식을 갖춘 스포츠다. 누구보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를 중요시 여기는 그에겐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었다.

문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더구나 통역을 통해 말이 한 번 거쳐 간다.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이 “메이저리거 아닌가. 모든 선수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는 말을 건네자, 헥터도 “오늘은 전적으로 내 실수”라며 수긍했다. 선수가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하는 화법이 탁월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선수들이지만, 그들의 마음을 얻고 있는 김 감독. 자연스럽게 적응은 물론 그라운드에서 본 실력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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