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위안부 문제 담은 ‘눈길’ 삼일절 필람무비 예약

입력 2017-02-13 17: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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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KBS1에서 2부작 드라마로 방송돼 화제를 모았던 ‘눈길’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야기로 삼일절에 관객들을 만나 더욱 뜻깊다.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 왕십리에서 진행된 영화 ‘눈길’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눈길’의 시나리오를 쓴 류보라 작가와 연출자 이나정 감독 그리고 주연 배우 김향기와 김새론이 참석했다.

배급사 엣나인필름 정상진 대표는 드라마로 첫선을 보이고 영화로 개봉한 것과 관련해 “KBS와 2014년에 만나서 기획할 때부터 영화와 방송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작업에 영화계 스태프가 많이 참여헸다. 혹자는 같은 소재를 두고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이제 그 한계는 사라졌다고 본다. 3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찾았다. 지난해 10월 사운드믹싱을 완벽하게 마치고 이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나정 감독은 “제작 단계부터 영화화될 것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시나리오로 작업했다. 촬영할 때도 영화적인 느낌으로 다양한 눈길을 표현하려고 했다. 드라마로 방송 이후 영화 개봉을 위해 재편집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눈길’은 일제 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과 ‘영애’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영화다. 김향기가 종분을, 김새론이 영애를 맡아 극을 이끌며 혼신의 열연을 다했다. 겨울산과 눈길, 빙판 등 혹한의 촬영 환경도 환경이지만 이야기 자체도 가볍게 접근하기 힘든 ‘눈길’. 두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눈길’에 출연했을까.

김향기는 “‘눈길’이 담은 이야기가 역사적인 사실을 담고 있어 조심스러웠다.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다”면서 “시나리오를 볼 때 이야기가 무섭게만 표현되진 않았다. 담담한 표현이 가슴에 더 깊이 남더라. 이 시나리오를 내가 연기로 표현할 때 더 많은 분이 알아주고, 기억해주고, 피해자 할머니께 위로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굳게 마음을 먹고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으로 용기내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김새론도 “처음에는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내가 이 사실을 연기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그러나 모두가 알아야 하고 누군가는 반드시 표현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해서 용기냈다”고 말했다.

두 배우만큼 연출자와 작가 또한 영화화하기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이나정 감독과 류보라 작가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적’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때문이 이들은 자극적일 수 있는 일본군들의 성폭력 장면들은 들어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세숫대야에 담긴 피임기구를 세척하는 장면이나 임신한 소녀가 강제로 아이를 지우는 약을 마시는 장면 등 간접적으로 일본군들의 자행을 표현했다.


이나정 감독은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피해 생존자들도 살아계신다. 영화적인 스펙타클한 장면으로 그리는 것은 피해자분들에게 ‘또 하나의 폭력’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최대한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 장면이 없어도 있는 그대로 일상을 빼앗긴 소녀들의 모습을 담아도 충분히 비극적으로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배우들이 미성년자라 대본 작업할 때부터 조심스러웠다. 성적인 폭력 장면을 찍을 때 어떻게 촬영해야 서로 상처가 되지 않고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해자 일본 군인과 피해자들이 같은 공간에 있지 않거나 소녀들이 관련 소품을 직접 만지거나 보면서 느끼지 않게, 최대한 분리해서 촬영했다”고 덧붙였다.

‘눈길’과 같은 문제에 접근한 작품은 이전에도 많았다. 지난해에는 영화 ‘귀향’이 개봉해 385만명 관객을 울렸다. 이와 관련해 이나정 감독은 “2013년부터 대본을 작업했는데 당시에는 ‘귀향’을 잘 몰랐다. 위안부 관련된 다양한 연극과 영화와 책 등 작품을 봤다”며 “‘귀향’과 차별점을 두고 만들지는 않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분이 이 문제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진정성 있게 만들고 있구나 싶어서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비극적인 상황에서 얼마나 괴로울 수 있는지와 손잡아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그들도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들이 살아가시는 모습과 배우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에 내가 힘을 얻었다. 모두가 함께 마음으로 고민하는 문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향기는 “역사의 사실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되고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께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위로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새론은 “많은 분이 이 문제를 알기는 하지만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작품을 통해 자료를 찾아보고 촬영하면서 간접적으로 고통을 느꼈다. 얼마나 억울하고 힘드셨을까 싶더라. 관객들이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겨울을 녹일 뜨거운 메시지 ‘눈길’은 삼일절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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