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감독의 아픈 손가락…희비 엇갈린 이대은-이대호

입력 2017-03-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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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서 선발 역할을 해줘야할 이대은(28·경찰)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는 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국군체육부대(이하 상무)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1.2이닝 6안타 2사사구(1볼넷·1몸에 맞는 볼) 1삼진 4실점으로 부진했다. 투구수 제한으로 인해 한 명의 투수가 아쉬운 대표팀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래도 이 경기를 통해 희망을 발견했다. 이날 대표팀 타자들은 상무 투수들이 던지는 시속 140㎞ 중반대 빠른 공을 쳐내지 못했지만 이대호(35·롯데)만이 유일한 장타를 뽑아내며 타점을 만들어냈다. 부진한 최형우(34·KIA) 대신 4번 자리에 들어가 만들어낸 결과라 더 의미 있었다.

WBC 대표팀 이대은. 스포츠동아DB



● 좀처럼 컨디션 못 끌어올리는 이대은

이대은은 김인식 WBC 대표팀 감독의 아픈 손가락이다. 2015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활약을 했지만 WBC에서는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2이닝 3안타 3삼진 1실점, 호주전에서 1이닝 2안타(1홈런) 1볼넷 2삼진 2실점으로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다.

그러나 ‘덕장’ 김 감독은 이대은을 감쌌다. 김 감독은 “이대은은 4주 군사훈련을 다녀와서 몸이 덜 만들어졌다”며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 도와주는 것 아닌가. 선수를 계속 믿어야한다”고 무한 신뢰를 보냈다. 상무전에서는 이대은에게 3이닝을 던질 기회를 줬다. 많이 던지면서 컨디션을 찾으라는 김 감독의 배려였다. 김 감독은 경기 전에도 “이대은이 안 좋으니까 3이닝은 내버려두려고 한다”며 말했다.

이대은은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1회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올라왔지만 3안타 2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2회에는 연속 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무사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문상철에게 2타점적시타를 맞았다. 이어진 1사 1·2루에서 삼진을 잡아낸 뒤 2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원종현(29·NC)과 교체됐다.

연습경기였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가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공이 높았다. 변화구도 예리하지 못해 통타를 당했다. 그나마 이대은의 바통을 이어받은 원종현(1이닝)~박희수(1이닝)~장시환(0.1이닝)~장원준(1이닝)~차우찬(1이닝)~심창민(1이닝)이 추가실점하지 않은 게 위안거리였다.

WBC 대표팀 이대호. 스포츠동아DB



● 조금씩 타격감 좋아진다는 이대호

투수 쪽에서 이대은이 고민이었다면 타자 쪽에서는 이대호와 최형우가 걱정이었다. 김 감독은 처음 태극마크를 달아 심적 부담이 큰 최형우보다 제 역할을 해줘야 할 이대호를 걱정했다.

이대호는 처음 대표팀에 왔을 때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소속팀인 롯데와 훈련을 하다가 16일 WBC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합류했기 때문이다. 실제 첫 연습경기였던 19일 요미우리전과 22일 요코하마전에서도 대타로 출전해 실전감각을 찾는 데만 집중했다.

컨디션은 서서히 올라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출전한 쿠바, 호주와의 3번의 평가전에서 9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김 감독은 “어차피 우리는 쳐서 이겨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대호가 살아나야한다”며 “이대호가 4번 타자로 중심을 잡아주면 앞뒤에 포진한 타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상무와의 경기에서도 부진한 최형우를 5번타순으로 내리고, 이대호를 4번타자로 끌어올렸다. 김 감독은 “일단 최형우가 좋지 않으니까 편하게 치라는 의미에서 타순을 조정했다”며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대호가 타구 질이 점점 좋아진다고 하더라. 상무전에서 잘 하면 계속 4번에 넣어야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김 감독의 바람을 이뤄주는 호쾌한 장타를 때려냈다. 이날 대표팀 타자들이 상무 투수들의 빠른 공에 손발이 꽁꽁 묶이며 결국 1-4로 패했지만, 이대호가 1회 2사 1루서 펜스를 맞히는 큼지막한 타구로 주자를 불러들였다. 이는 이날 경기의 유일한 장타였고, 대표팀의 영패를 막는 귀중한 타점이었다.

고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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