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수비 도움? 에이스 생각은 달라…롯데 박세웅, 10년 세월 더해진 품격

입력 2023-02-15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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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세웅. 스포츠동아DB

프로 10년차가 된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 박세웅(28)은 지난해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박세웅은 지난 시즌에도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했다. 28경기에 선발등판해 10승11패, 평균자책점(ERA) 3.89로 활약했다. 지난해 롯데에서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선발투수는 박세웅과 외국인투수 찰리 반즈뿐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또 157.1이닝 투구로 2연속시즌 150이닝 이상 투구를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는 13회로 반즈(18회)에 이어 팀 내 2위였다.

박세웅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선 더 뛰어났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수비무관평균자책점(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은 2.87로 리그 전체에서 4위였다. 국내투수 중에선 3위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2.19)과 고영표(KT 위즈·2.73) 다음이었다.

FIP는 미국의 야구통계학자 톰 탱고가 고안한 지표다. 투수는 공이 손을 떠난 뒤 일어나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졌다. 계산식에는 투수의 책임이 큰 홈런과 더불어 삼진, 볼넷이 들어간다. 지난해 박세웅의 FIP에는 탈삼진율(K%·18.2%→21.5%)을 높이고, 볼넷 비율(BB%·7.7%→4.7%)은 확 낮춘 영향도 컸다. 그는 “난 로케이션과 상대 타자의 헛스윙 비율을 주로 본다. 갖고 있는 구종들 중에선 포크볼의 헛스윙 비율이 좋게 나온 점을 고려해 던졌다”고 돌아봤다.

더할 나위 없는 시즌이었지만, 도리어 주위에서 아쉬워한 점이 있었다. 박세웅은 FIP보다 ERA가 높은 편에 속했다. ERA는 리그 전체 18위에 머물렀다. 비슷한 FIP를 기록한 다른 투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 도움을 덜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팀 내 100이닝 이상 소화한 투수 중에선 나균안(ERA 3.98·FIP 2.77)과 함께 ERA와 FIP의 차이가 가장 큰 투수였다.

롯데 박세웅. 스포츠동아DB


그러나 박세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ERA와 FIP의 차이에 대해선 주위에서도 많이 이야기해줬다”며 “우선 난 그 차이보다 FIP 수치가 좋아졌다는 점을 더 좋게 생각하고 싶다. 이전보다 피홈런이 줄었고, 탈삼진이 늘어난 반면 볼넷이 줄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수비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말도 들어봤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진 않는다. 리그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타구질이 많이 좋아졌다. 하드히트(타구속도 95마일 이상·약 153㎞ 이상)가 많아지면, 막아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며 “입체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부만 봐선 알 수 없다. 우리 팀 동료들은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짚었다.

프로 10년차에 접어드는 동안 마운드 위에서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박세웅은 “어릴 때는 ‘왜 안타를 맞았을까’라고 스스로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해를 거듭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나갔다. 이제는 잡념을 줄이는 대신 나와 우리 팀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좀더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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