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꿈꾸는 나상호-주민규는 좋았는데…서울 GK의 치명적 실수에 울산만 ‘활짝’ [현장 리뷰]

입력 2023-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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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경기에서 울산 이청용이 서울 골키퍼의 실책을 틈타 역전골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상암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스코어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42분, 홈팀의 치명적 실수가 나왔다. 동료의 백패스를 골키퍼가 손으로 잡아 간접 프리킥을 허용했고, 이어 곧장 공을 빼앗기는 바람에 인플레이 상황이 전개되면서 허무하게 결승골을 내줬다. 마치 코미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축구국가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신임 감독(59·독일)이 지켜본 K리그1(1부) 경기에서 나와 훨씬 황당했다.

울산 현대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FC서울을 2-1로 꺾었다. 승점 3을 강제로(?) 선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행운이 뒤따른 승리였다.

어찌됐든 울산은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2018년 4월 14일 1-0 승리 이후 서울전 16경기 연속 무패(12승4무)를 이어갔고, 올 시즌 개막 3연승으로 선두를 굳게 지켰다. 반면 서울은 개막 2연승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조금 지루하던 경기는 후반전부터 불을 뿜었다.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호’ 승선을 노리는 예비 태극전사들이 나란히 골 맛을 봤다. 파울루 벤투 전 대표팀 감독(포르투갈)의 신임을 듬뿍 받으며 2022카타르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서울의 오른쪽 날개 나상호가 먼저 장군을 불렀다. 후반 7분 왼쪽 풀백 이태석이 연결한 볼을 상대 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차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가 지킨 울산 골문을 열었다.

그러나 서울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9분 울산이 멍군을 외쳤다. 2선 공격수 바코가 패스한 볼이 서울 기성용을 맞고 뒤로 흘렀고, 이 틈을 울산 골잡이 주민규가 놓치지 않고 왼발로 밀어 넣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방문을 이미 알고 있던 그는 “울산에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 속에서 나도 한번쯤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며 대표팀 재승선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K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꾸준히 활약해온 주민규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줄곧 외면했다.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FC서울과 울산 현대의 경기를 한국축구대표팀 클린스만 신임 감독과 차두리 테크니컬 어드바이저가 관람하고 있다. 상암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울산의 행운, 서울의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승점 1을 나눠 가졌어도 만족할 법한 공방이 이어졌지만 후반 42분 눈을 의심케 하는 상황이 나왔다. 서울 수비수 김주성이 백패스한 공을 골키퍼 최철원이 잡자마자 울산 와타루가 간접 프리킥을 시작했고, 마틴 아담의 슛이 골키퍼를 맞고 흐르자 이청용이 가볍게 차 넣었다.

경기 후 홍명보 울산 감독은 “아주 빠르게 경기를 진행시켰다. 올바른 판단이었다. 주민규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보다 많은 득점에 관여할 것”이라며 미소를 보였지만, 안익수 서울 감독은 “충분히 나올 법한 상황”이라며 선수를 감싸면서도 침통한 표정까지 감추진 못했다.

상암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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