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롯 김승기 감독. 스포츠동아DB
고양 캐롯은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개막 이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가입금을 납부하지 못해 정규리그 출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가입금 15억 원 중 1차분(5억 원)을 납입한 뒤 정규리그 5위(28승26패)로 플레이오프(PO) 진출을 확정했지만, 가입금 잔여분 납부가 늦어진 탓에 ‘봄농구’ 참가 여부가 뒤늦게 확정됐다. 시즌 도중에도 선수단과 스태프의 급여가 밀리는 등 돈 문제가 수차례 불거진 까닭에 선수들을 향한 동정여론도 조성됐다. 김승기 캐롯 감독(51)도 이런 상황을 몸소 겪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조련해 주전급으로 성장시키는 데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다. 그러다 보니 안양 KGC 시절부터 ‘강성’ 이미지가 형성됐고, 캐롯에서도 주전 가드 이정현과 김진유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젊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대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상대를 압박하는 수비와 3점슛 성공률을 높이는 공격 패턴 등 팀 승리를 위한 연구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외곽슛과 트랩수비는 캐롯의 확실한 팀 컬러다. 선수들은 테이핑이 땀에 젖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뛰는 등 김 감독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며 승리를 맛봤고, 이를 통해 자신감도 키웠다.
김 감독은 그저 선수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PO가 시작된 뒤에는 질책보다 격려로 자신감을 심어준 것도 이 때문이다. 19일 KGC와 4강 PO 4차전(61-89 패) 도중에는 교체되는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해줬다. 탈락이 확정된 뒤에는 “지금까지 선수들이 너무 고생했고, 기대이상으로 성장했다. 팬들의 성원도 굉장히 컸다. 나는 행복했다”고 말했다.

캐롯 김승기 감독. 사진제공 | KBL
우여곡절 끝에 시즌을 마쳤지만, 캐롯의 미래는 알 수 없다. 캐롯의 운영주체인 데이원스포츠가 매각협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감독은 올 시즌 내내 고생한 선수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쉬지 않고 달릴 계획이다. 선수들을 향해 남긴 메시지에는 그의 진심이 녹아있었다.
“수고했다. 농구는 계속될 것이고, 우승을 위해 계속 훈련할 것이다. 그러니 좌절하지 말자. 지금까지 너무 잘해왔으니까. 잘 쉬고 다시 준비하자.”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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