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1위 팀들의 서열을 정리한 건 만루홈런이었다. LG 9번 타자 김민성(오른쪽)이 23일 인천 SSG전, 4회초 2사 만루에서 오원석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역전 만루포를 쏘아올린 뒤 이종범 코치의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시즌 마지막 인천경기에 이어 올 시즌 첫 인천경기에서 만루포를 내리 뽑는 진기록을 세워 더 짜릿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민성은 23일 인천 SSG와 원정경기에 9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전해 결승 만루홈런 등 3타수 1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9-1 승리에 앞장섰다. 파죽의 5연승을 질주한 LG(27승1무14패)는 SSG(26승1무15패)를 2위로 밀어내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김민성은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진입한 뒤 꾸준히 1군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특히 주축 선수들의 공백에 따라 2루수(120이닝)와 유격수(111이닝), 3루수(25이닝), 1루수(19이닝) 등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하며 벤치의 고민을 덜어줬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벤치의 로테이션 고민을 크게 덜 수 있는 요소다. 기록에 드러나지 않은 김민성의 가치도 엄청났다는 뜻이다.
이날은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제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0-1로 뒤진 4회초 2사 만루에서 앞선 타자 이재원이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1-1 동점을 만든 직후, 김민성은 볼카운트 0B-2S에서 오원석의 3구째 시속 127㎞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2호)으로 연결했다. 스트라이크존 낮은 코스에 들어온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뺏기지 않고, 완벽하게 잡아당긴 타격이 돋보였다. 이날의 결승타이자 개인 통산 5호 만루포.
타구를 확인한 순간 LG 팬들은 모두 기립했고, 덕아웃은 축제 분위기로 변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환한 미소로 김민성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한 방이었다.
23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4회초 2사 만루에서 LG 김민성이 역전 만루홈런을 쏘아 올린 후 염경엽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인천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김민성의 만루포 이후 LG의 경기력도 한층 더 살아났다.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선발 임찬규는 6이닝 1실점의 호투로 4승째를 따냈고, 타선은 3안타를 몰아친 박해민을 앞세워 4점을 더 뽑고 SSG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그 덕분에 후반에는 그야말로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이날 경기는 LG의 올 시즌 첫 인천 원정이었다. 김민성은 지난해 마지막 인천 원정이었던 2022년 9월 25일 경기에서도 연장 10회초 역전 만루포를 터트리며 팀의 6-2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이후 240일만에 또 한 번 인천 원정에서 그랜드슬램을 발사하며 LG를 단독 선두로 올려놓은 것. 올 시즌 타율도 종전 0.259에서 0.261로 끌어올렸다.
인천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