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이호재가 2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과 ‘2023 하나원큐 FA컵’ 16강전 전반 28분 2-0으로 달아나는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이호재는 후반 13분에도 쐐기골을 뽑아 아버지 이기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성남을 3-0으로 완파하는 데 앞장섰다. 성남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특히 이기형 성남 감독에게는 ‘부자(父子) 더비’였다. 아들 호재가 포항의 전방을 책임지며 아버지에게 창을 겨눴기 때문이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요즘 컨디션도 좋고, 시즌 초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버지의 팀(성남)과 만나니 스토리도 좋다”고 말했다.
이기형-호재 부자만이 아니었다. 한국축구의 한 시절을 풍미한 축구인의 아들들은 또 있었다. 김 감독과 포항에서 한솥밥을 먹는 아들 준호가 선발로 나섰고, 신태용 인도네시아대표팀 감독의 아들 재원도 성남의 측면을 책임졌다. 이 감독은 “(아들이) 잘 성장해줬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처음 문자도 보내봤다. 아들이 골을 넣되, 물론 우리가 승리했으면 한다”며 “(신)재원이에게는 ‘네가 (축구인 2세) 선배로서 더욱 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웃었다.
이렇듯 훈훈한 장외였으나, 그라운드는 꽤 치열했다. 다만 힘의 차이는 분명했다. 창단 50주년을 맞아 타이틀을 원하는 포항은 정규리그와 비교해 큰 변화를 주지 않았고, FA컵보다는 K리그1 승격에 무게를 두고 있는 성남은 주말 경기를 의식해 유선, 국태정 등 그동안 기회를 잡지 못한 백업 자원들을 대거 내세웠다.
예상대로 포항이 빠르게 승부를 갈랐다. 이호재가 펄펄 날았다. 전반 10분 하창래의 선제골로 앞선 포항은 18분 뒤 이호재의 추가골로 대세를 장악했다. 이호재는 후반 13분 3-0 대승의 쐐기골까지 터트렸다. 전반전 득점 직후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친 그이지만, 쐐기골을 뽑은 뒤에는 다소 얌전해져 재미를 줬다. 패배는 탈락인 외나무다리 대결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엇갈린 희비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남게 됐다.
성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