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홍명보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울산 홍명보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우리도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54)이 최근 불거진 소속선수들의 인종차별성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10일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8라운드 홈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둔 이튿날(11일) 수비수 이명재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선수들과 구단 매니저가 서로를 칭찬하던 도중 문제의 발언이 튀어나왔다. 이명재를 향해 미드필더 이규성과 박용우가 2021시즌 전북 현대 소속으로 K리그 무대를 밟은 태국국가대표팀 수비수 사살락의 실명을 언급하며 “사살락 폼 미쳤다”, “사살락 슈퍼태킁(태클)”이라는 댓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이명재의 피부가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사살락에 빗대 댓글을 주고받은 것으로 해석됐다.

축구팬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댓글이 달린 게시물은 삭제됐다. 울산 구단은 물론 박용우와 이규성도 12일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홍 감독은 13일 강원도 원주 오크힐스CC에서 벌어진 ‘2023 축구인골프대회’ 개막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울산 구단을 맡고 있는 감독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실명이 거론된 사살락 선수는 물론 그 선수의 현 소속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 태국팬들에게도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태극마크를 달고 오랜 기간 국제무대를 누볐다. 선수시절 4차례의 월드컵을 비롯해 역대 A매치 최다 출장(136경기)을 기록했고, 감독으로서도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2012런던올림픽, 2014브라질월드컵 등을 경험했다. 과거 축구계에 만연했고, 지금도 종종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인종차별은 축구를 떠나 세계적 문제다. 우리도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어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며 “다시 한번 재발 방지를 약속드린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원주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