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울산 현대 SNS
울산은 2일 “17년 만에 K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홍명보 감독과 2026시즌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조건은 밝히지 않았으나 국내 지도자 가운데 가장 좋은 처우를 보장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약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2005년 이후 K리그 정상에 서지 못했던 울산의 오랜 한을 풀어준 이가 홍 감독이다. 꾸준히 우승 문턱까진 진입했으나 마지막 한 고비를 넘지 못해 번번이 주저앉았다.
그래서인지 홍 감독의 여정도 순탄하게 출발하지는 못했다. 축구 행정가(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로 활동하다 2021년 울산 지휘봉을 잡으며 다시 현장으로 복귀한 그는 부임 첫 해 준우승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통산 3번째 K리그 타이틀을 울산에 안겨줬다. ‘가문 라이벌’ 전북 현대와의 기나긴 악연을 끊었다는 사실이 특히 고무적이었다.
한 번 고비를 넘긴 울산은 올 시즌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확실한 팀 컬러와 분명한 축구철학을 가진 홍 감독의 리더십이 정착된 울산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K리그1 2연패로 향하고 있다.
구단에 대한 강한 로열티와 헌신을 강조하는 한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위닝 멘탈리티를 주입한 결과, 정규리그 24라운드까지 소화한 시점에서 압도적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8승2무4패, 승점 56을 쌓은 울산은 2위 포항 스틸러스(12승8무4패·승점 44)를 크게 앞선 1위다. 많은 역전승이 달라진 팀을 보여준다. 울산은 선제골을 먼저 내준 경기에서 지난해 9승, 올해는 4승을 챙겼다. 타이틀을 지키면 구단 역사 최초의 리그 2연패다.
다만 2번째 임기의 방향은 처음과는 조금 다르다.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던 리그 우승을 이룬 만큼 홍 감독은 미래지향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할 참이다. 당장의 성적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유소년 발굴과 성장 시스템 구축을 통해 오늘과 내일을 동시에 준비하는 팀으로 전환하려 한다. 홍 감독은 “지금까진 팀을 파악하고 만들어가는 시간이었다. 이제는 모든 면에서 선도하는 리딩 클럽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멈춤없는 도전을 선언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