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불완전 연소‘에 그친 지난 2시즌을 딛고 올 시즌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고 부상자들이 2라운드 이후 복귀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우승만큼이나 ‘지속가능한 강팀‘을 꿈꾼다.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체육관에서 훈련 중인 현대건설 선수들. 사진제공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새 시즌에도 베테랑 미들블로커(센터) 양효진(34)과 리베로 김연견(30)이 건재하고, 세터 김다인(25)과 미들블로커 이다현(22),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정지윤(22) 등 영건들의 성장세도 뚜렷하다. 신구조화만큼은 V리그 여자부 최고 수준이라 강 감독으로선 내심 ‘왕조’를 만들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단에 크고 작은 변화가 눈에 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아웃사이드 히터 황민경이 IBK기업은행으로 이적하면서 보상선수로 아웃사이드 히터 김주향(24)을 데려왔다. 무상 트레이드로 정관장(전 인삼공사)에서 리베로 고민지(25)를 수혈했다. 또 외국인선수들은 모두 아웃사이드 히터로 뽑았다. 아시아쿼터 자원 위파위 시통(24·태국)과 GS칼텍스 출신 모마(30·카메룬)다. 전반적인 전력은 지난 2시즌에 못지않다는 평가다.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체육관에서 만난 강 감독은 “부상자가 많아 걱정이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배구를 해나가야 한다. 우리가 꾸준히 상위권에 있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초부터 단단히 다져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지난 2시즌 동안 불운에 울었다. 2021~2022시즌엔 압도적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도 코로나19에 따른 리그 조기종료로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고, 지난 시즌에도 시즌 막판 페이스가 쳐지며 PO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강 감독은 불운을 딛고 “팀이 지속적인 강팀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구축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제공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시즌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나?
“부상자가 많고 (김)다인이, (김)연견이, (이)다현이, 위파위가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차출돼 사실상 주전들이 거의 없었다. 해외전지훈련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자체 훈련 비중을 늘린 대신 국내 프로팀들과 연습경기를 5번 치렀다. 덕분에 신인들의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부상자가 많아 걱정일 것 같다.
“2021~2022시즌과 2022~2023시즌의 차이는 부상이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페이스 조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사실 지금도 (고)예림이, (김)사랑이, (정)지윤이 등이 계속 컨디션이 안 좋다. 이 중 예림이와 지윤이는 2라운드나 돼야 돌아올 것 같아 (김)주향이가 제 몫을 해줘야 한다. 개인적으로 지윤이를 향한 기대가 크지만, 2라운드에 복귀한다고 바로 제 기량이 나오긴 힘들다. 선수는 역시 부상이 없어야 한다. 감독으로서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착실히 회복해 돌아오길 바란다.”
-올 시즌 복안은?
“대표팀 차출 선수들을 빼고 시즌을 준비한 데다, 시즌 초반 출전하지 못하는 부상자들이 많지 않나. 냉정하게 말하면 지난 2시즌과 비교하면 올 시즌 전력은 조금 떨어진 상황이라 걱정과 기대 모두 공존한다. 지금 수비가 많이 약한 상황이고, 어린 선수들의 경험도 이전 베테랑들보단 못하다. 오버페이스하기보단 조금씩 우리 배구를 계속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반 라운드에서 너무 처지지만 않으면, 봄배구는 물론 그 이상의 성적도 가능하다고 예상한다.”
-현대건설 감독 부임 후 지난 2시즌은 감독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나?
“가능성과 한계 모두 확인한 시간이었다. 첫 시즌은 부상자도 없었고 서브와 리시브 수치, 블로킹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팀이 도약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선수들이 좋은 팀워크를 발휘했고 시즌 전 KOVO컵도 우승하면서 기대이상으로 잘 풀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은 상대가 강해졌고 우리가 약해진 상황에서 부상자까지 발생하면서 어려움이 생겼다. 올 시즌에도 상대와 서브, 리시브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우리 리시브 라인이 2명 모두 바뀌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이 점을 강조했다.”
현대건설은 ‘불완전 연소‘에 그친 지난 2시즌을 딛고 올 시즌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신구조화가 잘 이뤄졌고 부상자들이 2라운드 이후 복귀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우승만큼이나 ‘지속가능한 강팀‘을 꿈꾼다. 강성형 감독(앞)의 주재 하에 경기도 용인 현대건설배구단체육관에서 훈련 중인 현대건설 선수들. 사진제공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기존 외인 야스민(미국)의 임팩트가 강했다. 모마를 향한 기대감이 클 것 같은데.
“지난 2시즌 동안 모마의 체감 활약과 주요 수치 모두 나무랄 데가 없었다. 굳이 따지면 첫 시즌이 지난 시즌보다 나았다. GS칼텍스가 지난 시즌 순위가 처지면서 모마의 페이스도 떨어졌다고 판단했다. 기량이나 건강 문제가 아닌 만큼 우리 팀 분위기에 잘 흡수되면 첫 시즌 못지않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서브와 점프력이 좋고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도 만족스러웠다.”
-그동안 좋은 성적에도 정상 등극을 향한 압박감이 클 것 같다.
“우리 팀은 오랜 기간 강팀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에 외부에서 온 선수들도 금방 위닝 멘탈리티가 형성됐다. 어린 선수들이 저연차임에도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았고, 리그 선두를 질주하는 순간도 겪어본 점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상 등극을 말하기보단 현대건설이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꾸준히 봄배구를 하고 늘 상위권에 있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말하고 싶다. 3번째 시즌에도 결과를 가져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용인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