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손아섭. 스포츠동아DB
“여전히 안타 1개 치기가 어렵습니다.”
손아섭(35·NC 다이노스)은 KBO리그 현역 선수들 중 안타를 가장 많이 친 타자다. 17시즌 동안 뽑은 안타가 2416개에 달한다.
그래도 안타 1개 치기가 여전히 어렵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이던 2021년, 절실함이 커진 계기가 있었다. 그해 8월 실제 2000번째 안타를 친 경기가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선언돼 2000안타까지 남은 1개가 공식기록으로 집계되지 않자, 그는 경기 재개 여부를 떠나 하루라도 빨리 기록을 달성한 뒤 후련해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후 4경기 16타석 동안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잘 맞은 타구는 모두 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0안타를 채운 뒤 그는 “안타 1개 치기가 참 어렵다”며 웃었다.
‘초심’을 되찾은 손아섭은 올 시즌 타율 0.339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더 높은 타율을 작성한 시즌도 숱하지만, ‘타격왕’은 처음이었다. 그 덕분에 한국프로야구은퇴선수협회(한은회)가 뽑은 ‘최고의 선수’, 골든글러브 시상식 지명타자 부문 수상자 등으로 연말 시상식 시즌을 바삐 보냈다.
그러면서 목전에 둔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기록에 대한 동기부여 또한 한층 커졌다. 손아섭은 박용택(은퇴·2504안타)의 1위 기록까지 88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는 “당장 내년에 80안타를 조금 넘게 치면 KBO리그 역사의 맨 위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며 “올해 타격왕에 올라 동기부여가 좀더 강해진다”고 밝혔다.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어도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손아섭은 올 시즌을 앞두고 절실함을 넘어 벼랑에 선 듯 훈련했다. 지난해 전매특허인 타율 3할을 밑돈 뒤(0.277) 겨우내 미국 LA에 야구아카데미를 차린 강정호(은퇴)와 타격을 두고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손아섭은 “어릴 때야 한 시즌 못해도 기회가 다시 온다고 믿으며 야구했지만, 지금은 나이가 적지 않아서 ‘에이징 커브’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그만큼 위기감이 있어 좀더 정신 차리고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아직 이뤄야 할 것이 많다. 35세에 제 모습을 되찾은 만큼 KBO리그 최초의 3000안타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 역대 최연소·최소경기(1631경기·33세 3개월 22일)로 2000안타를 달성했으니, 현재로선 3000안타에 도전할 만한 타자도 사실상 손아섭뿐이다. 산술적으로는 매 시즌 150안타를 너끈히 치던 모습이 향후 4년간 더 이어진다면 가능하다. 손아섭은 “주위에서 3000안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주신다. 다만 수치상 아직은 조금 멀다. 지금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내게도 도전할 기회가 올 테고, 우리나라에도 3000안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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