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왼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배드민턴 남자 단식 WH2 동메달 결정전 승리 후 유수영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유)수영이와 맨 처음 붙었을 때 ‘한국 장애인 배드민턴을 이끌 선수’라고 생각했거든요.”
김정준(46·대구도시개발공사)은 2019년 장애인전국체육대회 배드민턴 남자 단식(스포츠 등급 WH2) 준결승에서 유수영(21·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게 세트스코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당시 1세트는 팽팽하게 붙는 듯했으나, 2세트는 김정준이 압도했다. 당시 장애인 배드민턴에 몸담은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유수영에게 김정준은 넘어서기 어려운 높은 벽과 같았다.
그로부터 5년 동안 많은 게 달라졌다. 김정준은 2020년 도쿄 대회 당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이 사이 유수영이 국내 랭킹 1위에 오를 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둘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배드민턴 남자 단식 WH2 동메달 결정전에서 다시 한번 맞붙었다. 결과적으로 김정준이 세트스코어 2-1(19-21 21-19 24-22)로 유수영을 꺾었으나, 3세트 막판 이어진 듀스는 프랑스 현지 관중에게서 박수가 쏟아져 나올 만큼 팽팽하게 흘러갔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정준은 “저승에 갔다 온 기분”이라며 웃은 뒤 “수영이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줘 고맙다. 서로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영이는 더 큰 선수가 될 것 같다.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또 새롭게 4년을 준비해 날개를 펼쳐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격려했다. 유수영은 “(김정준이) 더 잘하셨기에 이긴 것”이라며 “이 대회를 앞두고 꾸준히 맞붙었는데, 직전 대회에서는 내가 져 오늘 좀 긴장했다”며 “내게 ‘열심히 했다. 잘했다’고 해주실 텐데 나는 더 열심히 하고 싶었다. 더 잘하고 싶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와 아쉽다”고 말했다.
김정준(왼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 배드민턴 남자 단식 WH2 동메달 결정전이 끝나고 유수영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이번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패럴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김정준은 “원래 복식 경기에서 메달을 생각했지만, 탈락하는 바람에 ‘단식이라도 따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하마터면 ‘노메달’에 그쳐 가족들에게도 면목이 없을 뻔했다”며 웃었다. 지난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 2개를 목에 건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최소한 메달 2개는 생각했다”며 “컨디션은 좋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만족한다. 2028년 LA 대회도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파리|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