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도가니’, ‘수상한 그녀’의 황동혁 감독이 추석 시즌 내놓은 신작이다. 황 감독을 비롯한 ‘남한산성’의 배우들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를 열고 첫 선을 보였다.
극 중 이조판서 최명길은 이병헌이 예조판서 김상헌은 김윤석이 연기했다. 이들은 나라의 미래를 두고 신념 차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구도를 그렸다. 혼란스러운 정국에서도 결국 결단을 내려야 하는 인조 역할은 박해일이 소화했다. 더불어 고수와 박희순 조우진이 각각 대장장이 서날쇠, 수어사 이시백, 청나라의 역관 정명수을 열연했다.
이병헌은 “조우진 빼고는 배우들과 감독님 모두 첫 작업이었다. 신선했다. 배울 점도 많아서 좋았다. 각기 개성 있는 연기들을 하는 분들이라 하루하루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김윤석도 “다들 맡은 바 역할에 충실했다. 고생이 많았다. 함께해 나도 영광이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박해일은 “정극이고 사극이지 않나. ‘장르 안에서 숨을 곳이 없겠구나’ 싶었다”며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려고 하니 사뭇 긴장감도 되면서 배울 점이 많을 것 같았다. 집중하면서 관찰하고픈 마음이었다”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고수와 조우진 또한 존경하는 선후배와의 작업에 기쁨과 영광을 전했다. 박희순은 “훌륭한 배우들이라 ‘잘하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소설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소설과 어떻게 다른 느낌을 낼지 궁금했다. 소설을 읽을 때의 먹먹함을 배우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믿고 보는 배우들이 모인 만큼 모든 장면 하나 하나가 명장면. 특히 이병헌과 김윤석의 대립은 치열할수록 극대화되는 연기 시너지가 인상적. 특별한 설정 없이 그저 대사를 주고받음에도 두 사람이 채우는 에너지가 상당했다.
이병헌은 “어느 정도 숙지된 상태기 때문에 상대 배우의 호흡을 예상하면서 연기한다. 그런데 김윤석은 불같은 배우더라. 상황에 자신을 던져놓고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매 테이크마다 다른 연기를 보여주더라. 강조하는 부분이 매번 바뀌었다”고 감탄했다.
이병헌의 칭찬에 김윤석이 뜻밖의 진실을 고백했다. 사실은 바뀐 대사를 숙지하지 못해 그렇게 연기했다는 것. 김윤석은 “대본이 바뀐 줄 몰랐다. 바뀌기 전의 대사를 외우고 갔다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바뀌었다는 것을 알았다. 대사를 다시 다 숙지해야했다”며 “이병헌에게 변화구와 직구와 체인지업을 일부러 던지려고 한 것은 아니다. 급조하다 보니 밸런스가 바뀐 것이다. 이병헌이 잘 받아줘서 좋은 장면이 나온 것 같다”고 공을 이병헌에게 돌렸다.
황동혁 감독은 “영화화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최명길과 김상헌의 철학적, 이념적인 대립이었다. 두 캐릭터에 집중하기 위해서 나머지 캐릭터는 시간의 제약상 조금씩 생략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각 캐릭터의 동기를 부여하고 심정을 자세히 묘사하려고 했다.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영화와 소설의 배경이 된 1636년 병자호란이 현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가 기획되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한반도에 많은 일이 생기고 변화가 있었다. 소설을 읽을 때도, 지금도 380년 전 역사와 현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많은 분이 영화를 보고 과거의 일을 다시 한 번 되새겨서 현재를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 같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과 실제 역사가 주는 묵직한 메시지의 ‘남한산성’은 10월 3일 개봉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