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소녀시대-투피엠이 드라마로 다시 뭉친다. 서현과 옥택연이 KBS2 새 수목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로 연기 호흡, 시청률 1%대 부진을 끊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평범한 여대생 영혼이 깃든 로맨스 소설 속 병풍 단역이 소설 최강 집착 남주와 하룻밤을 보내며 펼쳐지는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다. 독자 평점 9.8점을 기록한 것은 물론 원작 웹소설과 웹툰의 합산 누적 조회수 6억 회를 돌파한 동명의 네이버시리즈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1일 KBS2 새 수목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연출 이웅희, 강수연/극본 전선영) 첫 방송 기념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웅희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서현, 옥택연, 권한솔, 서범준, 지혜원이 참석했다.

이웅희 감독은 이날 “제작 과정에서 문화재 훼손 사건이 있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무조건 잘못한 일이다. 사건 후에 관련 촬영 분량을 전부 폐지했고 KBS 차원에서도 기존 가이드 라인을 재정비했다”라고 논란 언급으로 제작발표회의 포문을 열었다.

앞서 KBS 관련자 3명이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을 훼손해 송치된 바,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논란으로 얼룩졌다.

이어 이 감독은 “국가 유산청이나 관련 기관 조사를 받는 중이라 우선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전문가들 의견을 따라 목재를 1년간 추적관찰 해야해서 당장의 복구는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상황을 전달,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기쁨을 줘야하는데 제작 과정에서 안 좋은 소식을 전해 죄송하다”라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옥택연은 “배우들도 경감식을 가지게 됐고,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드라마 공개 전에 안 좋은 소식을 들려드렸다. 하지만 열심히 만들었다. 공개 후 드라마에 대해 판단해달라”라고, 서현 역시 “주연 배우로서 죄송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드리고 싶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다시는 어떤 촬영 현장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라고 출연 배우를 대표해 고개를 숙였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속 원작을 뒤흔들 당돌한 단역 차선책(서현 분), 냉혈 남주 이번(옥택연 분), 여자 주인공 조은애(권한솔 분), 서브 남주 정수겸(서범준 분), 악녀 도화선(지혜원 분)이 정통 로맨스 소설 클리셰를 구현할 예정이다.

차선책(서현 분)은 로맨스 소설 속 존재감 없는 단역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 소설의 열혈 독자인 평범한 여대생의 영혼이 깃들면서 소설의 흐름을 뒤흔드는 중심인물로 떠오른다. 남자 주인공 이번(옥택연 분)과 얼떨결에 첫날밤을 보내게 된 후 폭군 이번은 차선책에게 직진한다.

옥택연은 “나는 서현이 출연한다고 해서 작품을 선택했다. 아이돌 활동할 때는 책 들고 다니던 소녀였는데 이번에는 드라마에서 책 속으로 들어간다고 하니까 궁금증이 생겼다”라고, 서현은 “웹툰 원작을 이미 읽었고 좋아하는 작품이었다. 출연 제안이 들어왔을 때 운명처럼 느껴졌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고, 가상의 조선시대로 배경을 바꿨다. 정말 대본을 몰입해서 읽었다”라며 “옥택연이 남자 주인공이라는 말을 듣고 정말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사람도 좋고 외적인 싱크로율이 캐릭터와 딱이었기 때문이다”라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공유했다.

또 서현은 “옥택연과 가수 활동을 오래 함께 했다. 큰친분은 없었지만 내적 친분은 있었다. 동지애, 전우애가 있다. 첫 만남부터 편해서 좋았다. 현장에서도 가감없이 작품 이야기를 많이 나눠서 시너지가 날 수 있었다”라고, 옥택연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일 해와서 동료애가 많이 느껴졌다. 아이돌 가수 활동할 때부터 자주 만나긴했지만 친하진 않았다. 이번 작품으로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다. 촬영 현장에서도 의지했다”라고 소녀시대, 투피엠 멤버로서 무대가 아닌 드라마로 재회한 소감을 말했다.

세 번째 사극 출연인 옥택연은 “노출 장면이 있어서 닭가슴살을 먹으며 몸을 만들었다. 지금은 닭가슴살을 끊었다. 그리고 드디어 왕가의 캐릭터라 비싼 옷을 입었다. 사극만의 매력이 확실히 있다. 다음에는 왕 역할을 노려보겠다”라고 노련한 사극 경험치를 자랑, 서현은 “오랜만에 사극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사극 장르를 좋아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웹툰 원작에서 사극을 하니 정말 행복했다. 한복이 너무 예뻐서 구입하고 싶어서 지금 기다리고 있다”라고 드라마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차선책과 이번을 중심으로 얽힌 조은애(권한솔 분)는 K가 차선책으로 빙의하기 전 소설 애독자 시절부터 가장 응원하던 인물이자 빙의 후에는 서로 우정을 나누는 사이며, 그런 조은애를 연모하는 서브남 정수겸(서범준 분)은 차선책의 등장을 변수로 복잡한 감정의 흐름에 놓이게 된다. 이번을 연모하는 도화선(지혜원 분)은 자꾸만 그와 얽히는 차선책, 조은애를 경계하며 적대감을 드러낸다.

지혜원은 “처음 대본을 보고, 도화선이라는 캐릭터 이름을 보자마자 강렬해서 쉽지 않겠다 싶었다. 이름 그대로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내가 쓸 수 있는 악이란 악을 다 해봤다. 빌런의 끝을 기대해달라”라고, 서범준은 “어떻게 보면 클리셰가 많이 나오는 소설 이야기다. 그런데 예상을 엇나가는 부분이 있어서 재미있게 대본을 읽었다. 정수겸 캐릭터는 다정한 캐릭터 같지만 알고보면 서툰 반전이 있다. 그래서 끌렸다”라고, 권한솔은 “과거로 돌아가는 설정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평소 과거로 돌아가면 어떤 신분으로 어떻게 살까를 상상했던터라 더 몰입했다. 조은애 캐릭터는 감정 층이 다채로운 인물이라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재미있게 촬영했다”라고 맡은 역할의 포인트를 귀띔했다.

대선배 서현-옥택연과 호흡한 데 대해 세 배우는 팬심을 드러냈다. 서범준은 “연차가 오래 되어서 전설이 아니라 나는 소녀시대, 투피엠을 정말 좋아했었다. 당연히 소녀시대에서 서현 선배를 제일 좋아했다. 학창시절에 장기 자랑을 하면 당연히 투피엠이었다. 자라면서 본 전설이라 영광이었다. 촬영하면서는 나이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첫 만남부터 편하게 대해주셨다”라고 비화를 전했다.

지혜원은 “나는 학창시절에 댄스 동아리였다. 서현, 옥택연이 출연한다는 말을 들고선 신기했다. 학창시절에 서현 파트를 연습한 적도 있었다. 여자들은 소녀시대, 남자들은 투피엠 노래로 장기 자랑을 준비하지 않나. 첫 리딩 때부터 팬심이 가득했었다. 지금 처음 고백한다”라고, 권한솔 역시 “영광스럽고 감개무량했다. 나도 장기 자랑에서 옥택연 역할을 했던 적이 있다”라며 “촬영할 때는 배우로서 만나니 더 기대를 했다. 서현은 감정신 이후 안아줬고 옥택연은 신 대사를 다 외워서 정리를 하시더라. 인상적이었다. 내가 바라봤던 분들이 현장에서도 멋있구나 싶어서 다행이다 싶었다”라고 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옥택연은 “하! 다행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나 KBS 수목드라마는 올해 1%대 시청률로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전작의 후광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

관련해 이웅희 감독은 “실제로 만난 배우들은 만화를 찢고 나온 듯 보였다.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상당하다. 남녀 주인공이 잘생기고 예쁘다. 스며드는 과정도 재미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있기에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서현과 옥택연은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 과정이 좋은만큼 결과까지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결과만을 바라보고 일하지 않는다. 한 분이라도 더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시청을 당부했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6월 11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된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