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비 매치가 경마 용어에서 유래됐다고?

입력 2014-05-08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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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비 경기(Derby Match).

스포츠의 백미로 불리는 이 용어는 통상적으로 같은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두 팀의 라이벌 경기를 뜻한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 더비’, 이탈리아 프로축구 AC밀란과 인터밀란간의 ‘밀라노 더비’가 대표적이다. 요즘은 그 의미가 확장돼 야구의 홈런 레이스를 ‘홈런 더비’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더비’가 18세기 영국의 한 경마대회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779년 영국의 더비 백작과 찰스 번버리 경은 한 파티에서 새로운 경마대회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했고, 동전 던지기에서 이긴 더비 백작의 이름을 따서 대회명을 정했다.

이렇게 시작된 영국의 더비 경주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경마대회가 되었다. 주최지의 이름을 따서 ‘엡섬 더비’로 불리는데,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은 “영국 수상보다는 (엡섬) 더비 경주 우승마의 마주가 되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 호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경마를 시행하는 나라는 모두 ‘더비 경주’를 연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가 더비 경주를 최우수 3세마를 뽑는 대회로 운영한다.

3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처칠 다운스 경마장에서 열린 ‘140회 켄터키 더비’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마대회다. 총상금 200만 달러를 놓고 북미 대륙 최고의 경주마들이 스피드를 겨루는데 ‘가장 빠른 2분의 스포츠’ ‘장미를 향한 질주’로 불리기도 한다.

경주를 앞두고 2주 동안 열리는 ‘더비 페스티벌’에는 각종 공연과 패션쇼 등이 개최되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미국인은 일생에 꼭 한 번은 보아야 할 스포츠 경기로 슈퍼볼, 월드시리즈와 함께 ‘켄터키 더비’를 꼽는데 NBC에서 생중계 한다.

한국경마에도 더비가 있다. 18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리는 ‘코리안 더비’(총상금 6억원·1800m)가 그것이다. 올해 17회를 맞은 이 대회는 대통령배, 그랑프리와 함께 국내에 세 개 밖에 없는 G1(Grade 1) 대회로서 서울과 부산경남을 대표하는 경주마들이 자존심 대결을 펼쳐 ‘경부선 더비’로도 불린다.

또 총 상금 16억 원이 걸린 삼관경주의 두 번째 관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해 ‘코리안더비’의 최대 관심사는 ‘청룡비상’의 우승 여부다. 4월 열렸던 ‘KRA컵마일’의 챔피언인 ‘청룡비상’이 이번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10월 ‘농림림축산식품부장관배’까지 제패한다면 경주마 최고의 영예인 삼관마에 오르게 된다.

한국경마에서 삼관마를 달성한 경주마는 시행 원년이었던 2007년의 ‘제이에스홀드’가 유일하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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